조지아주에 사는 80세 여성이 자신의 80번째 생일에 맞춰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세상을 떠나면 정작 본인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가족과 지인 약 100명을 직접 초청했다.
현지 방송 WMAZ 보도에 따르면 셸비 닐(80)은 지난 8일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포모(FOMO) 장례식’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었다. 포모는 자신만 좋은 기회나 경험에서 빠질까 불안해하는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 3월 남편의 장례를 치른 것이 계기다. 행사장은 닐 부부가 25년가량 소유하다 2020년 장례업체에 넘긴 부지다. 닐은 가족과 함께 행사 준비를 주도했고, 장례 형식도 직접 정했다.
행사장에는 관이 놓였고, 안에는 닐의 실물 크기 사진 인형이 들어갔다. 닐은 ‘인기에 힘입어 돌아왔다’는 문구의 띠를 두르고 관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케이크에는 천국으로 이어지는 계단 장식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도 놓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혔다. 닐은 행사에 쓸 꽃을 직접 만들었고, 행사에서 초청 연사로 나섰다.
추도사 순서는 공개 발언 시간으로 대체됐다. 닐은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추억을 말하도록 했다. 사전에는 “나쁜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내가 있으니 마이크를 꺼버릴 수 있다”고 농담했다. 딸 태미 크러치필드는 WMAZ에 “어머니가 ‘내 장례식에 내가 없다는 게 싫다’고 해서 ‘그럼 지금 하자’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살아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파티”,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닐은 “미리 치르면 가족에게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장례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funeral’에는 ‘fun’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별세 후에는 대규모 장례를 다시 열지 않고, 묘지에서 간소한 절차만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닐이 가족·지인과 미리 작별하는 자리였다. WMAZ는 닐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생전 장례식은 이전에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장례와 유언, 재산 정리를 생전에 준비하는 활동을 ‘슈카쓰(終活)’라 부른다. 일본 건설기계 업체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사장은 2017년 10월 담낭암 진단을 받은 뒤 그해 11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광고를 내 지인을 초청했다. 광고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와 달라는 당부와 조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사는 12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렸고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고향인 도쿠시마현 무용단의 공연도 마련됐다. 안자키 전 사장은 부작용을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이듬해 81세로 별세했다. 행사를 직접 준비한 이유로는 회사에 맡기면 의례적인 행사가 됐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두 사례는 당사자가 일정과 형식을 직접 정했다는 점에서 같다. 장례를 유족이 치르는 사후 절차가 아니라 본인이 주관하는 생전 행사로 바꿨다는 의미다. 다만 안자키 전 사장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닐은 투병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생일에 맞춰 행사를 연 점이 다르다.
한국에서도 생전 장례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조사가 있다. 생전 장례식은 국내에서 아직 낯선 형식이지만 조사에서는 호의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8년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9.7%가 생전 장례식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8월 서울의 한 병원이 호스피스 환자를 위해 지인을 초대한 이별 행사를 연 사례도 있다. 다만 설문은 8년 전 자료로, 현재 인식을 대표하는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