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이용 20% 급감
한인 등 아시안도 줄어
참다가 병 키워 입원율↑
이민자 의료 안전망 비상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LA에서 20년 넘게 불법체류 신분으로 조심스럽게 살아온 50대 한인 여성은 최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기습 단속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심각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버티고 있다.
연방 이민단속 강화에 따른 체포·추방 공포로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현상이 실제 의료 이용 감소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병원을 찾은 외국 태생 환자들은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늘어,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USC 연구진이 5일 의학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5년 6월 LA에서 이민단속이 대폭 강화된 이후 첫 4주 동안 외국 태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미국 태생 환자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연구진은 LA 제너럴 메디컬센터, 하버-UCLA 메디컬센터, 올리브뷰-UCLA 메디컬센터 등 3개 공공병원의 성인 환자 진료기록을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 출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미국 태생 환자에 비해 주당 약 98건 감소했다. 응급실을 찾은 아시아 출생 환자의 입원율은 단속 강화 이후 2.5%포인트 상승했다. 멕시코 출생 환자는 4.8%포인트, 중남미 출생 환자는 5.1%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연구진은 응급실 이용은 줄었지만 입원율이 높아진 것은 이민자들이 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 병원을 찾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파도 병원에 안 가고 참다가, 더 심하게 아픈 상태에서야 병원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LA 지역의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커뮤니티 병원에서는 2025년 6~8월 비영어권 환자의 월평균 응급실 방문이 그해 1~5월보다 16% 감소했다. 세인트 존스 커뮤니티 헬스에서는 단속이 한창이던 기간 예약 환자의 노쇼 비율이 평소 9%에서 35%까지 급증했다.
세인트 존스 측은 당시 병원 방문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두려움 없는 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비대면 진료와 방문 진료를 제공했다. 최근 LA에서 이민단속이 다시 증가하면서 환자들의 예약 불참도 다시 늘고 있어 프로그램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USC 연구에서는 외국 태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이후 일부 회복됐지만, 연구기간 마지막인 2025년 10월에도 단속 이전보다 약 1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이민단속 강화에 따른 공포가 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까지 위축시킬 수 있으며, 이는 환자들의 건강뿐 아니라 이민자 의료를 담당하는 안전망 병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USC 켁 의대의 세라 액신 교수는 “이민 단속이 필요한 급성 치료를 받아야 할 이민자들까지 병원을 찾지 못하도록 위축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결국 더 많은 치료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져 의료 시스템에도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