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후에 “값 깎아달라”
거래 재협상·포기 속출
LA오피스 임대 37% 급감
한인타운 공실 40% 육박
대출 만기‘발등의 불’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던 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금리가 뛰자 매수자가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거나 거래를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서는 높은 공실률과 임대수요 부진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LA 한인타운과 미드윌셔에도 오피스와 리테일 건물을 보유한 한인들이 많아 대출 만기와 재융자를 앞둔 프로퍼티 오너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금리 급등으로 최근 계약한 상업용 부동산의 매수자들이 매도자에게 가격 인하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이른바 ‘리트레이딩(retrading)’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트레이딩은 매매가격에 합의해 계약까지 체결한 뒤 클로징을 앞두고 가격이나 조건을 다시 협상하는 것을 말한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계약부터 실제 클로징까지 6~12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금리가 급등하면 대출비용과 투자수익률 계산이 크게 달라지면서 매수자가 “가격을 내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업체 이스텀 캐피털은 중서부 지역 약 200유닛 아파트를 2,0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지만 대출금리가 0.6%포인트 이상 뛰자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60만달러 낮췄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6만5,000스퀘어피트 규모 리테일 건물도 금리 상승을 이유로 10만달러를 깎은 뒤 거래가 성사됐다. 일부에서는 대출기관이 클로징 직전 발을 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건물주에게 더 큰 문제는 재융자다. 저금리 시절 3~4%대에 받은 상업용 대출을 현재 6~8%대 금리로 갈아타면 같은 원금에도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건물 가치까지 하락하면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 전액을 재융자해주지 않아 건물주가 상당한 현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고금리 충격은 LA에서도 뚜렷하다. 부동산업체 키더 매튜스가 코스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올해 3분기 LA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17.7%, 가용률은 19.3%에 달했다. 3분기 오피스 임대계약 면적은 약 321만스퀘어피트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37.2% 감소했다.
다운타운 LA의 오피스 공실률은 24.4%, 미라클마일은 32%, 미드윌셔는 19.8%를 기록했다.
LA 한인타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JLL의 올해 2분기 자료를 토대로 집계된 윌셔센터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38.6%로 40%에 육박했다. 1년 전 36.3%보다 더 높아졌다. 반면 평균 임대료는 스퀘어피트당 월 3.03달러에서 3.05달러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리테일 시장도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 LA 지역 리테일 공실률은 5.7%로 소폭 상승했고 평균 요구 임대료는 스퀘어피트당 월 2.75달러로 1년 전보다 2.5% 떨어졌다. 평균 매매가격도 스퀘어피트당 401달러에서 372달러로 7.1% 하락했다. 반면 평균 캡레이트는 5.8%에서 6.0%로 상승했다.
건물 가치 하락은 대출 만기를 맞는 소유주에게 이중 부담이다. 은행은 건물 가치와 임대수입, 부채상환능력 등을 기준으로 대출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공실 증가로 수입이 줄고 감정가까지 떨어지면 기존 대출 전액을 재융자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LA 한인타운의 한인 건물주들에게도 이런 시장환경은 직접적인 부담이다. 한인타운에는 개인이나 가족 단위 투자자가 소유한 오피스와 샤핑몰, 스트립몰, 소규모 아파트 등이 적지 않다. 공실이 장기화되고 세입자의 임대료 인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저금리 때 건물을 매입하거나 재융자했다가 올해와 내년에 대출 만기를 맞는 소유주에게는 새로운 재융자 조건이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남가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업종별 온도차도 크다. 산업용은 상대적으로 견조하지만 오피스는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장기화에 따른 구조적인 공실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테일도 입지와 세입자 구성에 따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상승이 이제 막 회복하려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다시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매수자는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매도자는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 버티면서 거래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공실률과 임대수요 감소라는 기존 악재를 안고 있는 LA와 한인타운은 여기에 고금리와 재융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