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로 ‘완전고용’ 수준인데 숫자·현실 ‘괴리’
‘저채용·저해고’고착화… 구직 현장은‘꽁꽁’
수십곳 이력서 내도 풀타임 직장 취업‘별따기’
![낮은 실업률에도 고용시장의 현실은 얼어붙어 있다는 진단이다. [로이터]](/image/fit/297344.webp)
미국의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4%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평가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정작 새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직장인들도 선뜻 회사를 옮기지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기업들이 앞다퉈 사람을 뽑고 근로자들이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자유롭게 회사를 옮기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이른바 ‘저채용·저해고(low-hire, low-fire)’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기존 직원은 좀처럼 해고하지 않지만 새로운 직원도 뽑지 않는 ‘얼어붙은 완전고용’이다.
연방 노동부가 지난 2일 발표한 9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4.2%를 기록했다. 8월의 4.1%에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3월 이후 실업률은 4.1~4.3%의 좁은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업률이라는 숫자 뒤의 고용시장 풍경은 전혀 다르다. 9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불과 2만9,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약 9만개에 크게 못 미쳤다. 8월 신규 일자리도 당초 발표된 16만2,000개에서 13만3,000개로 하향 조정됐으며 7월은 2만1,000개 증가에서 오히려 1만개 감소로 수정됐다. 두 달간 일자리가 당초 발표보다 모두 6만개 줄어든 셈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에서 한 달 평균 늘어난 일자리도 4만5,000개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매달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쏟아져 나오던 때와 비교하면 고용시장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도 아니다.
최근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비교적 탄탄하고 소비도 버티면서 대규모 해고를 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특징은 “직장이 있는 사람은 직장을 지키지만, 직장이 없는 사람은 새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시장”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발표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뚜렷했다.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한 달 사이 25만6,000개 감소한 707만9,000개로 줄었다. 구인율도 4.4%에서 4.3%로 하락했다. 반면 해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 취업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LA 한인 김모(25)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인턴직을 포함해 수십군데에 이력서를 넣고 인터뷰도 몇 군데 봤지만 아직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지난달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이 감소한 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2021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되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현재 약 1,260만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서 백악관을 넘겨받은 2025년 1월보다도 약 2만1,000개 적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기록했던 최근 고점인 약 1,290만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임금 상승세까지 둔화되고 있다. 9월 민간 부문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7.81달러로 전월보다 5센트,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한 임금 상승률도 3.0%로 둔화됐다.
문제는 물가다. 임금이 올라도 높은 물가가 상당 부분을 잠식하면서 가계가 느끼는 실질적인 소득 증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반영한 세후 실질 가처분소득의 최근 전년 대비 증가율은 2%를 밑돌고 있다. 과거에는 연 3% 정도의 증가세가 일반적이었다.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이 경제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