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병력 기지 떠나
안보 이라크 군·경 이양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 지지자들이 30일 바그다드에서 미군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 철수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image/fit/297220.webp)
미군이 침공한 지 23년 만에 이라크를 떠난다. 친이란 민병대가 건재한 상황에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야기된 혼란상이 이라크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30일로 예정된 폐쇄 시한을 맞추기 위해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역 내에 있는 에르빌 기지 내 장비와 인력을 항공편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기지 주변에 배치했던 패트리엇 방공포대는 이미 철수시킨 상태다.
남은 방공 역량은 바그다드에 있는 주이라크 대사관과 에르빌에 있는 영사관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전쟁부) 관계자는 공식 군사 작전을 끝내지만 이라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 등 역내 역량은 유지한다고 WSJ에 말했다.
이라크 내 주둔 미군 철수는 이라크전 개전 시점으로부터 23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뒤 5월에 주요 전투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병력 철수는 2011년 말에야 완료됐다. 그 후 2014년 6월부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다에시(이슬람국가·IS)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다시 병력을 주둔시켰다. WSJ는 “미국이 23년 넘는 세월과 1조7,000억 달러(약 2,300조 원) 넘는 돈을 쓰고 난 뒤 비판론자들이 ‘영원한 전쟁’이라 불러 온 이라크 전쟁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계획된 철수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년 전에 당시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가 이끄는 내각과 일정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올해 7월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의 백악관 회동 때 “우리는 더는 거기에 군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알자이디 총리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무기 반납 시한을 9월 30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2월 말 발발한 미국·이란 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이라크 내 친이란 중무장 민병대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면서 이라크의 불안정성과 위기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라크 내에서는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20년 만에 철군한 뒤 발생한 것과 같은 후유증이 이라크에서 또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 직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정권을 탈환했고, 아프간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이라크 정부의 친이란 민병대 무장 해제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자이디 총리와 측근들은 당초 9월 30일로 못 박았던 무장 해제 시한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라크 문제를 담당하다 올해 공직을 떠난 전 미국 국무부 관료 빅토리아 테일러는 몇 달 만에 민병대를 무장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였다고 WSJ에 말했다.
이라크 내에서도 미군 철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외국군의 장기간 주둔이 끝났다는 점에서 철수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한 반면, 이라크 자체 안보역량만으로 ISIS와 친이란 무장세력, 주변국에서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미군이 운용했던 방공체계와 정보·정찰 지원이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