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70년 전 한국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가을이 오면 국어 선생님은 “가시리 가시리 잇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라며 명상에 잠기시곤 했다.
당시 선생님 모습이 다시 눈앞에 떠오른다. 바람 따라 세월 따라온 가을, 천고마비에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산천초목이 울긋불긋 펼쳐진 클라이맥스의 가을을 아쉬워했던 선생님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세상 만물이 아름답게 물들며 여물고 익어가는 가을, 책을 읽으며 삶을 아름답고 의롭고 멋지게 가꾸고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는 사시사철 필요하지만 그래도 가을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책을 읽자. 책은 삶의 온천이자 등불이다.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한 무한 경쟁 시대가 되면서 인성은 각박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 책을 멀리하게 됐다.
그 때문에 독서의 계절 가을도 그냥 지나치고 자신도 모르게 삶의 진·선·미를 모르고 산다. 가을이 가기 전에 책을 읽자. 선택은 자유다. 어떤 책이든 책은 다 중요하다. 내용과 뜻은 다르지만 배움과 깨우침과 창조는 좋고 나쁜 것을 통해서 새로운 지혜로 창조된다.
이민 생활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책을 읽으며 값진 가을의 열매를 거두자. AI, 테슬라, 스마트폰이 만사를 해결해도 우주와 자연의 진·선·미와 윤회는 거역할 수 없다.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독서가 더욱 절실하다.
인간들이 과학 문명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인도해줄 등불은 책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 세상은 갈수록 혼란스럽고 갈등과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마구 이성을 잃고 신형 무기를 만들고 있다.
인간의 아름다운 본향을 책으로부터 배우고 깨닫자. 삶의 아름다운 정서 함양의 열매는 책과 독서라는 샘과 산소에서 나온다. 우리는 책을 너무나 멀리하고 있고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 때문에 서점들이 문을 닫고 책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래도 여성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남성들은 그와 반대다. 어쨌든 책은 다양한 지식과 상상력과 창조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인간미와 진리와 가치와 행복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자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인생 여정은 언젠가 빈손으로 끝난다. 책은 스승이고 지식의 보고다.
지식은 겸손하게 비우고 작아지게 만드는 지혜인데, 책을 잘못 읽고 깨달은 기회주의 지식인들과 지도자들, 정치·경제·문화·예술인들과 언론들 때문에 책과 지식의 위상이 추락했다.
부정한 범법자들과 지도자들, 유명인들은 모두 책을 잘못 알고 읽은 기회주의 위선자들이다. 그들은 책을 다시 읽고 자아비판 해야 할 것이다. 가을이다. 만사 제쳐놓고 책을 싸 들고 산과 바다로 떠나자. 돌고 도는 삶의 희로애락이 어떠하든 책을 펴 들고 가을을 아로새기자. 자연과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은 유한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