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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게으름 변명

지역뉴스 | | 2026-09-11 08: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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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든 어르신들 모임에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한 분이 합류를 하게 되었다. 여든도 한참 접어든 연세 신데 완벽에 가까운 메이커 업에 화사한 옷에 귀걸이, 목걸이에 화려한 반지세트까지, 거기에 명품백을 팔에 걸고 참석하셨다.

 

 은퇴해서 집에만 머무는 사람이라는 데 입성이 하루에 두세번은 기본으로 바뀐다고. 와중에 묻지도 않은 말에 입을 떼신다. 

아침에 일어난 차림 그대로 세수는 물론 하루 종일 곰처럼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우던 사람이었다고, 은퇴 후 노인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옷 갈아 입기가 귀찮아 나갈 일을 미루면서 지냈다고 한다. 약속 잡기를 거듭 미루게 되자 저녁이 되면 죄책감이 생기더라 고.

해서 마음을 다잡고 산책부터 시작해서 부산스럽게 집 청소에도 극성을 첨가시키고 얼굴 다듬기에도 입성 구매에도 부지런을 도입하면서 분단장도 열심을 내고 있는 중이시라고.

듣고 보니 사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거주지가 한인타운과 떨어진 편이라 거리를 핑계로 약속 미루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해가 지고 별이 떠오르는 깊은 밤이 되면 왠지 모를 공허한 허탈감이 밀려들곤 했었다. 큰 바다, 태평양을 건너오기 전 까지만 해도 동네 편의점 출입에도 단정한 차림으로 출입 해왔었는데,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미국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문 밖을 나서지 않았던 터이다. 

한데 사돈 남 말 할 게 아니었다. 요즈음 내가 변해가고 있다. 갈수록 게을러진다. 귀찮아 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산다. 예전 같으면 가까운 산책길을 나설 때도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작용 했는데. 변명에 익숙한 만큼 게으른 것이다.

게으름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그 최선이란 게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핑계가 게으름을 알아채기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만 열심을 내는 것을 부지런함이라 할 순 없다. 근면과 성실 같은 말을 내놓으려면 결단과 도전, 인내가 드러나야 한다. 

변명이나 핑계의 실체는 자신의 편의로 만들어 놓은 한계를 정당화 시키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열심을 내지 않는, 자책을 덮으려는 구실이기 십상이다. 

해서 게으름에는 핑계가 절친처럼 따라 다닌다. 게으름은 섣부른 포기,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음이라서 게으름 자체를 비난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게으르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게으름은 영혼의 모든 기능 속에 퍼지는 독’ 이라 경고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방치하면 의지마저 병들고 마음에 먼지가 쌓이게 되고, 인생 노정중 중요한 순간 앞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고 가르쳤다. 게으름은 단 번에 훅 찾아오는 것이 아닌 ‘조금만 더’라는 핑계와 어우러지며 매일 조금씩 삶을 무너뜨린다. 게으름의 특징은 목표는 거창하지만 실천이 항상’ 내일’ 로 머물러 있다. 성장, 발전은 한계를 극복해가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게으른 모습이 그 사람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하고 싶어하고 생산적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근원적 욕구를 지니고 있음이라서 게으름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타고난 가능성을 현실로 접목시켜 내려는 창조적 본성이 숨쉬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필히 실천에 옮겨 가야 할 일이다.

게으름을 삶의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것은 에너지가 없다는 상황이 아니라 흩어져 있거나 순환되지 않고 고착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음이 향방 없이 어질러진 상태라서 내버려두면 삶이 무질서 해지기 쉬운 법이다. 

변명이 떠오를 때 마다 게으름과 대적해 보자. 게으름 수순은 잠시 쉬어 가는 호흡일 뿐,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들에게 주어진 휴식으로 삼자는 것이다. 

다시 의지를 다지고 게으름 정도는 가볍게 털어내면서 오늘까지 만으로 위로를 삼고 다시 나만의 속도를 재현해 내야 할 일이다. 삶은 언제나 까다롭고 성가신 일을 던져 주고는 잘 해결해 보라고 요구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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