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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통보’ 한인 여성, 14발 총격 받아 무참히 피살

미주한인 | 사건/사고 | 2026-05-04 09:25:04

‘결별 통보’ 한인 여성, 14발 총격 받아 무참히 피살,  스토킹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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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남친에 피격 당시 한국어로 “엄마” 외쳐

CBS ‘48시간’ 집중조명

 스토킹 위험성 ‘충격’

 “신고 무시” 유족 소송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피살된 글로리아 최씨의 차량에 남은 14발의 총탄 자국이 무참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숨진 최씨(위)와 가해자 빌리 릭먼(아래). [피어스 카운티 검찰 제공]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피살된 글로리아 최씨의 차량에 남은 14발의 총탄 자국이 무참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숨진 최씨(위)와 가해자 빌리 릭먼(아래). [피어스 카운티 검찰 제공]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통보한 30대 한인 여성이 타이어 훼손과 차량 침입 등 끈질긴 스토킹에 시달리다 결국 14발의 총격을 받아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드러내며 한인사회는 물론 미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망한 한인 여성의 유가족은 사건 당시 반복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CBS 시사프로그램 ‘48시간’은 ‘그가 총을 갖고 있다’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워싱턴주 한인 여성 글로리아 최 피살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고 CBS 뉴스가 2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2일 오후 7시께 시애틀 인근 레익우드에서 호텔 매니저로 근무하던 글로리아 최(당시 33세)가 자신의 픽업트럭 안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는 게 무섭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남자친구가 따라오고 있다. 방금 내 차를 들이받았다”고 말한 뒤 “그가 총을 갖고 있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그 직후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고 신고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경찰은 차량 뒷유리창을 깨고 최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씨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사건 관할인 워싱턴주 피어스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최씨의 헤어진 남자친구였던 빌리 릭먼은 사건 당일 최씨 차량을 도로 옆으로 몰아세운 뒤 운전석 창문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는 먼저 40구경 권총으로 9발을 쏜 뒤 차량이 움직이자 다시 유턴해 추가로 5발을 더 발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최씨는 최소 10발 이상의 총상을 입었다.

방송에서는 총격 직전 최씨가 한국어로 “엄마”라고 외치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는 검찰 측 증언도 공개됐다. 당시 사건담당 그렉 그리어 전 검사는 “절박하게 어머니를 찾는 목소리였다”며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사건 직후 피해자의 호텔 직원 명찰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고, 며칠 전 최씨가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미행하고 괴롭힌다”고 신고했던 사실을 토대로 릭먼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경찰은 릭먼의 휴대전화 기록과 모텔 CCTV 등을 확보했으며 영상에는 그가 범행 직후 차량 외부를 닦으며 증거를 지우려는 듯 행동하는 모습도 담겼다.

방송은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도 상세히 다뤘다. 두 사람은 2021년 워싱턴주의 한 호텔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릭먼의 집착과 폭력성이 드러났다고 지인들은 증언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릭먼은 술과 마약 문제를 갖고 있었고 최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다. 특히 차량에 애플 에어태그를 몰래 설치해 최씨의 위치를 추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주변에 “어디를 가든 릭먼이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최씨는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하고 부모 집으로 돌아갔지만 릭먼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그는 접근금지 명령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고, 커피샵과 샤핑몰 등에 갑자기 나타나 최씨를 불안에 떨게 했다. 사건 발생 직전 이틀 동안 최씨는 차량 타이어 훼손과 차량 침입, 스토킹 피해 등을 이유로 네 차례나 911에 신고했다. 

 

호텔 CCTV에는 릭먼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차량 타이어를 훼손하는 장면까지 포착됐지만 경찰은 얼굴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체포하지 않았다.

현재 최씨 유족은 경찰의 부실 대응이 비극을 키웠다며 레익우드 경찰국과 시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방송에 출연한 유족 측 변호사는 “경찰은 이미 릭먼이 접근금지 명령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과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충분히 예견 가능하고 예방 가능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릭먼은 범행 후 도주했다가 나흘 뒤 북가주 훔볼트 카운티에서 체포됐다. 2023년 열린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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