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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노인, LA 도심서 묻지마 폭행·방화 피살 ‘충격’

미주한인 | 사건/사고 | 2026-04-22 09:11:38

한인 노인, LA 도심서 묻지마 폭행·방화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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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병원 입소 다음날 실종

흑인 노숙자가 무차별 폭력

유족 “환자 관리부실 의혹”

 “평생 선하게 살던 분” 애도

지난 20일 새벽 83세 한인 노인(작은사진)이 무차별 폭행과 방화 피해를 당한 LA 다운타운 호프 스트릿 인근 6가 선상 도로변 현장 모습. [박상혁 기자]
지난 20일 새벽 83세 한인 노인(작은사진)이 무차별 폭행과 방화 피해를 당한 LA 다운타운 호프 스트릿 인근 6가 선상 도로변 현장 모습. [박상혁 기자]

 

치매를 앓고 있던 80대 한인 노인이 양로병원에 입소한 지 단 이틀 만에 LA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흑인 노숙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몸에 불이 붙여져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평생을 성실한 노동으로 일구며 이웃에게 헌신해온 한인 이민 1세대가 비극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한인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일 0시3분께 다운타운 6가와 호프 스트릿 인근 건물 밖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온몸이 불에 타 심각한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사건 직후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던 이 남성은 조사 결과 현장에서 약 2마일 떨어진 양로병원에 입소해 있던 83세 한인 조모씨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거구의 흑인 남성이 조씨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짓밟은 뒤 그의 의복에 불을 붙여 피해자를 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버스 탑승객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즉시 버스에서 내려 불을 끄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구조에 나섰으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조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조씨는 헬기를 통해 USC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각한 뇌출혈과 전신 화상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유가족들은 평소 치매를 앓고 있던 조씨가 보호자 없이 양로병원을 빠져나간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양로병원 측의 환자 관리 소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망자의 딸 릴리 한씨에 따르면 평소 신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치매 증세가 심했던 조씨는 지난 17일 가족들의 도움으로 LA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중간의 한 양로병원에 입소했다. 그러나 입소 이틀 만인 19일 아침 병원 관리 범위를 벗어나 외부로 이탈한 뒤 결국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딸 릴리 한씨는 특히 병원 측의 설명이 일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아버지가 창문을 통해 나갔다고 했고, 이후 CCTV 영상을 요구하자 CCTV가 비춰지지 않는 사각지대를 통해 담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이 바뀌었다”며 “경위에 대한 설명이 계속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가족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며 “양로병원 측의 보다 명확한 경위 설명과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변호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해당 양로병원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로 문의를 했으나 병원 측 관계자 2명은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3시45분께 사건 현장 인근에서 체포된 40대 흑인 용의자는 현재 살인 및 방화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한편 숨진 조씨는 지난 1985년 미국으로 이민와 LA 한인타운의 양복점 ‘미스터 영’에서 재단사로 오랜 기간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법 없이도 살 만큼 온화하고 이타적인 성품의 소유자였다.

 

특히 조씨는 약 20여 년 전부터 “미국에 와서 돈은 벌었지만 사회에 기여한 일이 없다”며 사후 자신의 시신을 UCLA 의대에 기증하기로 서약하는 등 생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뜻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딸 릴리 한씨는 “아버지는 평생 남에게 해코지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이라며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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