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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좁아지고 잦은 두통…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

한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8-19 09:28:29

시야 좁아지고 잦은 두통,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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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서히 좁아지는 시야, 노안 아닌 뇌하수체 종양일수도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5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 씨는 올 들어 부쩍 시야가 흐려지고 신문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가까운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특별한 안질환은 없었고 “노안이 시작된 것 같다”는 말에 돋보기를 맞췄다. 하지만 안경을 써도 양쪽 시야 바깥쪽이 점점 어두워졌고 두통까지 나타났다. 뒤늦게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김씨의 진단명은 뇌하수체 종양이었다.

 

뇌하수체는 뇌의 한가운데 양쪽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위의 약 5㎜ 아래 지점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다. 크기는 1㎝ 정도 밖에 안되지만 인체의 대사·성장·생식 기능 등 거의 모든 생리활동을 조절하는 다양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컨트롤타워’다. 주변에는 해면 정맥동, 시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위치해 종양이 생기면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양성으로 암과는 다르다. 양성 뇌종양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해 국내에서는 매년 약 20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시야장애, 호르몬 불균형, 의식저하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은 크게 기능성과 비기능성으로 나뉜다. 기능성 종양은 특정 호르몬을 과도하게 만들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젖분비호르몬인 프로락틴이 과다하면 여성은 생리불순·유즙 분비·불임이, 남성은 성욕 저하·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손·발·턱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말단비대증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과다 시 복부비만·둥근 얼굴·팔다리 근육 감소가 특징인 쿠싱증후군이 발생한다. 비기능성 종양은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지만 크기가 커져 시신경을 압박하면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흐릿해질 수 있다.

 

특히 양쪽 시야 바깥쪽이 검게 가려지는 이측 반맹이 흔하다. 종양이 위쪽으로 자라면 시상하부를 누르거나 뇌수두증을 일으켜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옆으로 커지면 눈을 움직이는 동안신경을 압박해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노안이나 스트레스, 단순 피로로 착각하고 넘어가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 도중 우연히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뇌하수체 종양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 MRI 검사가 필수적이다. 시력·시야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종양의 위치·크기·호르몬 이상 유무를 평가한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MRI의 발달로 1㎝가 채 되지 않는 미세 선종도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치료는 종양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크기가 작고 비기능성 종양인 경우 별도 치료 없이 정기적인 MRI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한다. 일부 기능성 종양은 약물 치료만으로 호전되며, 수술이 가능해 완전 절제를 할 경우 추가적인 약물치료 없이 호전될 수 있다. 비기능성 종양이라도 크기가 커 주변 조직을 압박하는 경우 수술적 제거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코를 통한 내시경 경접형동 접근법 수술이 널리 시행된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회복이 빠르고 평균 재원 기간이 3~5일로 짧은 것이 장점이다.

 

다만 수술 후에는 재채기, 고개 숙이기, 과도한 힘주기 등 뇌압 상승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동안 피해야 한다. 드물게 뇌척수액 누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이러한 합병증 위험은 낮아졌다. 대부분의 환자는 문제 없이 회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1년 뇌종양 분류 개정을 통해 뇌하수체 선종의 명칭을 ‘신경 내분비 종양(Pituitary Neuroendocrine Tumor)’으로 바꾸면서 의학 코드도 D코드(양성)에서 C코드(악성 코드)로 부여됐다. 그로 인해 “혹시 암이 된 것 아니냐”고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는 종양 자체가 악성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분류 체계와 명칭이 바뀌었을 뿐이다.

 

치료 방법과 예후에는 큰 변화가 없으므로 용어가 바뀐 데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뇌하수체 종양은 크기가 작고 조용히 자라지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나이 또는 피로 탓을 하며 무심코 넘겼던 증상이 뇌에서 보낸 구조 요청일 수 있다. 내 몸의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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