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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야? 파스타야? 이탈리안 셰프가 만드는 한국 전통 '난면'

한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7-18 19:34:49

한국 전통 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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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교난면방 김낙영 셰프

 

김낙영 셰프는 "요즘 콘셉트나 기획만으로 승부하는 식당들도 있지만 결국 음식 자체의 완성도와 깊이가 없으면 금세 한계가 온다는 걸 봐 왔다"고 말했다.
김낙영 셰프는 "요즘 콘셉트나 기획만으로 승부하는 식당들도 있지만 결국 음식 자체의 완성도와 깊이가 없으면 금세 한계가 온다는 걸 봐 왔다"고 말했다.

 

 

김낙영 셰프가 서울 마포구 '서교난면방'의 주방에서 난면을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를 전공한 그는 한국 옛 조리서에 나오는 난면에 착안해 파스타 같기도 하고 국수 같기도 한 독특한 면 요리를 만들어 낸다.
김낙영 셰프가 서울 마포구 '서교난면방'의 주방에서 난면을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를 전공한 그는 한국 옛 조리서에 나오는 난면에 착안해 파스타 같기도 하고 국수 같기도 한 독특한 면 요리를 만들어 낸다.

 

 

세상에 없던 창의적인 요리이거나 기존 음식을 새롭게 재해석한 음식일수록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늦깎이 요리사로 시작해 생면을 이용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가 한국 전통 조리서에 나오는 '난면'을 주제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했다. '서교난면방' 김낙영(48) 셰프의 이야기다. 단순히 이탈리아 요리에 한국 재료를 적용한 재료의 물리적 치환이 아닌 이탈리아 요리의 요소를 한식에 융합해 낸 요리라는 점에서 그의 음식은 특별하다.

밀가루와 계란만으로 반죽해 뽑아낸 난면은 다소 생소하지만 이탈리아의 생면 파스타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제주 구엄닭을 이용한 육수와 곱게 말아진 난면, 그리고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가 담긴 서교난면 한 그릇은 얼핏 보면 대단찮게 보일 수 있지만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서걱거림과 부드러움의 어느 중간 즈음에 있는 면의 식감, 편안하면서도 면 맛을 살려주는 온화한 질감의 육수는 섬세하고 정교하다. 파스타를 먹는 것 같으면서도 국수를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잘 만든 이탈리아식 국물요리를 먹는 듯한 여러 경험을 선사한다. 각기 있어야 할 제자리에 정확히 있는 듯한 정갈한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그 뒷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요리를 뒤늦게 시작하셨어요.

“대학에서 실내건축학과를 전공하고, 환경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독일 유학 시절 만난 아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으니 전업해보라고 적극 추천했어요. 독일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을 해주며 점수를 땄거든요. 나이도 있고 조금 망설여졌지만 이 길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33세였던 2011년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들어갔고 한국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2017년 생면 파스타 식당(카밀로 라자네리아)을 열었습니다."

-서교난면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이탈리아 요리를 하지만 한국 요리사라면 한국 전통음식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래음식연구회 활동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생면 파스타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연구회 분들이 그걸 보시고 우리나라 고(古)조리서에 나오는 면 요리와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 궁중이나 반가 요리로 전해졌던 난면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밀가루와 계란을 함께 반죽한다는 점을 보면 이탈리아 생면 파스타와 재료 구성이 같잖아요. 그때 큰 흥미를 느껴서 자료를 찾아보고 이걸 현대적으로 풀어보자 하고 마음을 먹게 됐죠."

-난면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흔히 한국에서 ‘면' 하면 칼국수나 소면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난면은 그렇게 얇지도 않고, 그렇다고 칼국수처럼 납작하게 써는 것도 아니에요. 고조리서를 보면, 계란을 푼 반죽으로 도톰하게 뽑아내는 특별한 국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밀가루가 흔치 않다 보니 예로부터 잔치 때에나 먹던 귀한 면이었는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거의 끊겨버렸다 싶을 정도로 자취가 희미해졌죠. 처음엔 옛것을 되살리자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난면의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면 오늘날엔 어떤 모습일까를 떠올려봤습니다."

-난면은 파스타에 비해 식감을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국내 밀 자급률이 1%도 안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이 재료를 조금씩이라도 소비해야 농가도 살고 품질도 개선되지 않을까란 마음에 국내 밀을 씁니다. 우리밀은 수입밀처럼 품질이 완벽히 균질하진 않아요. 한 포 안에서도 윗부분, 아랫부분이 다른 때가 있거든요. 날씨, 습도, 온도 등이 미세하게 면 반죽에 영향을 줍니다. 매번 조금씩 손으로 감을 잡아가며 반죽 농도를 조절해야 하죠. 매일 면을 다루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식감을 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물도 인상적입니다. 비법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요리에서 육수를 낼 때 팔팔 끓이지 말고 은은하게 끓입니다. 천천히 오래 끓이면 재료 본연의 맛이 훨씬 더 잘 우러나오죠. 난면에 들어가는 닭 육수는 제주 구엄닭을 잘 손질해서 미르푸아(양파·당근·셀러리 등 향채)와 함께 물에 넣고 살짝 기포가 올라올 정도로만 끓여 5시간 정도 우려냅니다. 한우 양지 육수는 다른 재료 없이 오로지 지방이 적은 양지만 넣고 만듭니다. 역시 천천히 끓여 고기의 맛을 최대한으로 우려냈죠."

-장도 직접 담그신다고 들었습니다.

“2018년부터 조금씩 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굳이 돈 안 되는 짓을 왜 하냐'라는 타박도 들었지만 계속해보니 음식에 깊이를 더하는 핵심이 발효라는 걸 알게 됐죠. 예로부터 이탈리아는 우유 단백질을, 우리는 콩 단백질을 각각 발효해 온 역사가 있어요. 우리가 장을 쓰듯 이탈리아에서는 치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깊은 맛을 내는 방식은 달라도 원리는 같은 거죠. 지금 난면의 국물과 양념에도 직접 담근 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와 한식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요리사의 손끝에서 손님의 입으로 가는 음식의 경험을 서양에서는 셰프가 통제할 수 있지만 한식은 그렇지 않죠. 서양 요리는 셰프 의도가 뚜렷이 반영된 완성된 한 접시를 손님에게 내놓죠. 먹는 사람의 취향보다는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 더 도드라지는 수동적으로 먹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한식은 반찬이며 국물이며 전부 손님의 ‘손'에 달려 있어요. 밥에 국물을 말아먹는지, 김치랑 곁들여 먹는지, 양념을 더 넣는지 등 먹는 이가 굉장히 능동적으로 맛에 관여합니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조합해 먹는 게 한식에서는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기본 국물을 정성껏 끓이고 면발을 잘 뽑아낼 뿐 간을 세게 잡지 않아요. 김치든 장이든 기호에 따라 넣어서 드시도록 어느 정도 자율성을 열어둡니다. 그런 면이 한식스럽기도 하고 제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국 식문화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배들에게 요리의 길을 택했다면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내 음식을 펼쳐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꼭 창업하라고 권합니다. 식문화의 발전이란 실력을 갖춘 요리사들이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어 각자의 스타일을 내놓고 손님이 다양한 개성을 즐기는 데서 비롯되거든요. 요즘 콘셉트나 기획만으로 단기간에 승부하는 식당들도 있지만 그런 곳은 금세 한계가 오는 걸 봐왔습니다. 요리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파고들어 '왜, 어떻게'를 치열하게 물으면서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낙영 셰프가 운영하는 '서교난면방'의 '서교난면'.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김낙영 셰프가 운영하는 '서교난면방'의 '서교난면'.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우리밀 비빔난면. 				           <서교난면방 제공>
우리밀 비빔난면. <서교난면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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