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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약인데 왜?‘약물 알러지’의 모든 것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5-02 11:57:41

늘 먹던 약, 약물 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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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현 순천향대서울병원 알러지내과 교수

약물 이상반응 약 30%, 약리작용 무관하게 발생

아나필락시스 등 일부 중증 반응, 환자 생명 위협

의·약사와 상의해 꼭 필요한 약물만 복용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가벼운 신체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약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지 않더라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물론, 일부 감기약은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입 가능하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적 없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약물은 현대인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몸의 회복을 위해 복용한 약물이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을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약물 이상반응은 예측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에게 고용량 인슐린 투여 후 저혈당이 발생하거나 고혈압약 복용 후 어지럼증을 겪는 것은 약물의 작용기전상 예측 가능한 반응이다. 

반면 항생제 주사 후 갑작스럽게 혈압이 떨어지며 쇼크가 발생하거나 항경련제 복용 후 전신 발진이 나타나는 것은 예측하기 어렵다. 약리작용과 무관한 데다 일부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중증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약물 이상반응의 발생 기전은 매우 다양하다. 

여러 기전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 흔히 ‘약물 알러지’로 통칭한다. 입원 환자의 약 10~20%가 약물 이상반응을 경험하고, 그 중 30%가량이 약물 알러지에 해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드레스증후군(DRESS), 스티븐-존슨 증후군(SJS), 독성표피괴사융해증(TEN) 같은 중증 약물 알러지는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므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약물은 성인이 겪는 아나필락시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시 사용하는 조영제, 소염진통제, 수술 시 사용하는 마취제 등이 대표적인 원인 약물이다. 약물 알러지가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이상반응의 종류와 중증도, 대체 약물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약 지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항생제나 진통소염제처럼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유사 계열 간 교차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알러지를 일으킨 특정 약물을 회피하더라도 비슷한 성분의 다른 약에서 중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평가와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드레스증후군(DRESS), 스티븐-존슨 증후군(SJS), 독성표피괴사융해증(TEN) 같은 중증 피부 약물반응은 단순한 발진으로 시작해 빠르게 전신 피부 뿐 아니라 안구, 구강, 생식기 등 점막을 침범한다. 

심한 경우 간·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성표피괴사융해증의 경우 치명률이 15~50%에 달하는 만큼, 약 복용 후 발생하는 피부 이상 증상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알러지내과에서는 환자가 복용한 약물의 종류와 이상반응의 양상에 따라 맞춤형 진단 검사를 시행한다. 진료 시에는 증상 발생 시점과 범위, 양상에 대해 면밀한 문진이 이뤄지며 약물 외에도 음식,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과거 알러지 병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과거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면 당시의 피부 병변 사진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은 생물학적 유기체이므로 기계처럼 일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동일한 약물을 같은 용량 복용하더라도 시기,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단 한 번의 검사나 진료로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일부 백신에서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처럼 약물 자체보다 첨가제가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원인 약물을 피했음에도 유사 계열의 약물에서 더 심각한 이상반응이 유발되기도 한다. 약물 알러지의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위해선 전문 의료진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약물 알러지 진료의 목표는 원인 약물을 명확히 밝혀 향후 반복적인 노출을 피하고, 대체 가능한 약을 찾아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데 있다. 피부에 약물을 소량 주입해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반응시험, 약물을 부착해 뒀다가 사흘 뒤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첩포검사, 일정 간격으로 정해진 용량의 약을 복용하는 경구 유발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활용된다. 환자의 증상 발현 시간과 양상에 따라 맞춤형 검사를 시행해 원인 약물을 특정하고 유사 약물을 회피할 수 있다.

약물 이상반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의사, 약사와의 상담을 거쳐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약물 이상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진료 시 그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기만 해도 동일 성분에 대한 재노출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 건강기능식품 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용법·용량에 맞게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타인의 약을 임의로 복용해선 안된다는 것도 명심하자. 약물 관련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 신속히 의료진과 상담해야 중증 반응으로의 진행을 막고 치명적인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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