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으로 운전이 힘든 은퇴자에게는 대중교통 수단이 필요하다. 은퇴지를 고를 때 대중교통 수단, 보행 친화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 [로이터]
‘실버 쓰나미’(Silver Tsunami) 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두터운 인구층의 베이비 붐 세대가 속속 은퇴 연령대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은퇴 준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은퇴 준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거지다. 그동안 자녀를 키우며 큰 집에서 살아온 은퇴자들이 자녀 출가 후 노후 생활에 적합한 소형 주택으로 이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은퇴 용도에 맞는 주택을 고르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지역이다. 대부분 퇴직자인 은퇴자들은 직장에 상관없이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다. 노후 생활을 얼마나 편안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은퇴 후 거주지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 라이프스타일
모든 은퇴자에게 적합한 이상적인 거주지는 없다. 어떤 은퇴자는 은퇴 후 도시 생활을 꿈꾸는가 하면 한적한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은퇴자도 있다. 1년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남가주를 은퇴지로 꼽는 은퇴자가 있는 반면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을 선호하는 은퇴자도 있다.
은퇴 후 거주할 지역을 고를 때 자신에게 중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는 지역을 찾는 일이 어렵다. 대신 없어도 되는 조건을 지워 나가는 방식으로 거주지를 고르는 것이 수월하다. 은퇴자들에게 ‘소확행’ 조건이 큰 기쁨을 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나 월마트 방문이 취미라면 근처를 은퇴 거주지로 정해야 한다.
◇ 생활비 파악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은퇴하게 되면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부 은퇴자는 소득이 줄어 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패사디나에 있는 개인 재정 자문업체 SRM 프라이빗웰스의 리처드 맥워터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가주 생활비가 너무 비싸 타주를 은퇴지로 정하는 은퇴자가 많다.
이들이 은퇴지 정한 곳은 주로 텍사스, 네바다, 몬태나 등 가주보다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한 주들이다. 은퇴지를 정하기 전 세금, 보험료, 유틸리티 비용, 식품비용 등 그곳의 생활비가 자신의 소득이나 은퇴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 자녀와 사전에 상의
늙으면 자녀 근처로 이사해 손주들을 돌보고, 때로는 방문한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노후를 꿈꾸는 은퇴자가 많다. 그러나 어떤 자녀는 부모가 인근에 사는 것으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꿈꾸던 노후를 즐길 수 없게 된 예도 있다.
또 자녀 직장 일이 너무 바쁘면 자녀 의도와 상관없이 자녀 얼굴을 자주 보기가 힘들다. 이를 대비해 자녀 근처로 이사하기 전에 자녀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자녀가 사는 동네로 이사한 한 은퇴자는 자녀가 타주로 전근 명령을 받는 바람에 연고도 없는 지역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례도 있다.
◇ 기후 및 자연재해
이상 기후로 인한 기후 이민자가 늘고 있다. 이상 고온, 잦은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것을 피해 보다 안정적인 기후를 찾아 먼 타주로 떠나는 주민들이다. 은퇴자들에게 날씨와 기후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퇴자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악조건의 기후에 견디는 능력이 쇠퇴하기 때문이다. 기후 조건을 고려할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기후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겨울철 폭설을 피해 연중 온화한 기후 지역을 은퇴지로 정했는데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은퇴 지역으로 고려하는 지역의 자연재해 발생 현황도 살펴야 한다. 은퇴지로 가장 선호되는 가주와 플로리다주는 각각 산불과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 대중교통 수단
은퇴지의 교통 수단도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이다. 지금 차량을 운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도 노화로 인해 차량 운전이 불가능한 시기가 곧 찾아올 수 있다. 도보로 이동하는데 편리한 지역인지, 대중교통 수단이 잘 갖춰진 지역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공항과의 인접성도 중요하다. 타주의 가족이나 친구를 자주 방문할 계획이라면 근처에 공항이 있고 편리한 항공편이 제공되는 곳을 은퇴 후 거주지로 정하면 좋다.
◇ 의료 시설
은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노후의 건강이 결정된다. 도시 주민의 기대 수명이 긴 것으로 조사된 보고서가 많다. 이들 보고서는 도심 지역은 교통 체증, 높은 범죄율, 공기 오염에도 불구하고 병원과 전문의 접근성이 우수해 주민들이 더 오래 산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사회 활동 기회가 많은 것도 도시 주민의 기대 수명이 긴 이유로 들었다.
시골 지역이더라도 병원 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이라면 굳이 주택 가격과 물가가 높은 도시를 은퇴지로 정할 필요는 없겠다. 만약 집에서 요양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이 같은 조건이 갖춰진 주택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 정치적 성향
얼마 전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주민들은 여전히 대선 결과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정치적 성향을 은퇴 지역 선택 조건으로 꼽는 은퇴자도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지난 4년 사이 정치적 성향이 급변한 지역이 많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는다고 판단해 이사했다가 달라진 환경에 놀라는 경우도 많다. 지역의 정치적 특색은 물론 지방 정부의 정책도 살펴봐야 한다. 은퇴자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이나 정책이 시행되는 지역은 피해야 한다.
◇ 세금
일부 은퇴자는 플로리다나 네바다와 같이 주 소득세가 없는 곳을 은퇴지로 선택한다. 그러나 소득세가 없는 주는 대신 재산세나 판매세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기타 세금 비용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금 때문에 다른 은퇴 우선순위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