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미납 단전 1,340만 가구
전기료 6년 만에 33% 올라
전기 소비는 40% 폭증 전망
‘에너지 빈곤’ 리스크 부상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력 공급이 끊긴 사례가 1,340만건에 달한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까지 겹치며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과 전력 수요 사이에서 미국 가계의 재정적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미납을 넘어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조기 경고’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 사례는 1,340만건에 달했다. 텍사스주에서만 300만건 이상이 발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전 사례를 기록했다.
이번 통계는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처음 공개된 것으로, 단순한 수치를 넘어 가계 재정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동일 가구가 여러 차례 단전 위기를 겪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체감 위기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력회사들이 발송한 최종 납부 경고 고지서는 9,490만건에 달해 실제 단전 직전 단계에 놓인 가구가 훨씬 많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국제유가 변수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날 현재 국제유가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드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을 둘러싼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는 발전 연료비와 운송비, 전력 생산 비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되는 전력 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IA는 미국의 전력 소비가 2050년까지 약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는 증가폭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기차 보급, 냉난방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공과금 미납과 단전 증가를 ‘주거 위기의 전조’로 우려하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나 존스는 “공과금은 필수 지출이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가계의 재정 여력은 사실상 소진된 상태”라며 “전력 공급 중단은 퇴거나 압류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초기 경고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전기 재연결 건수는 1,140만건으로 단전 건수보다 약 210만건 적었다. 일부 가구가 전기를 다시 연결하지 못한 채 더 깊은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력 수요 증가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에너지 빈곤’ 문제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과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비용인 공과금이 가계의 마지막 버팀목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