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전문가 에세이] 거짓 참전용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8 13:19:07

전문가 에세이,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거짓 참전용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몇 년 전부터 체육관 출입은 내 일상이 되었다. 세상과 사람은 세월 따라 변한다. 10년 전에 비해 체육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정보산업 기업들이 몰려있는 도시인 이 곳 체육관에는 젊은 사람,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운동한다. 내 또래 노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 희귀새(rare bird) 신세다. 

“하이 버디, 하우 아 유?” 어느 날 체육관에 들어서자 누군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약간의 거북목에 종종 걸음을 걷는 모습은 한 눈에 봐도 파킨슨병을 가진 노인이다. 몇 달 동안 그와 눈인사만 주고받다가 오늘은 서로 대화를 나눴다. 내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자 중국사람이냐고 물었다. 남한에서 왔다고 하자 자기는 89세며 한국에는 가본적이 없고,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잘 처리할 거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대화를 계속하는 중 자기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 38선 부근에서 중공군을 기관총으로 많이 쏘아 죽였다고 열을 올렸다. 6.25 참전 용사는 지금 모두 90대로 80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중공군은 당시 대부분 38선 이북에서 유엔군, 한국군과 싸웠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말끝을 흐리며 내일 또 만나 얘기 하자며 성급히 자리를 떴다. 방금 자기가 한국에 가본적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나는 마치 20년 전에 만났던 환자와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데자뷰(Deja vu, 기시감)라 칭하는 심리현상이다. 기시감은 망각된 기억이나 무의식적 행동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유사한 경험을 했을 때 되살아나는 심리기전이다. 20년 전의 환자는 나만 보면 자기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위해 공산군과 싸웠으니 이제 내가 자기를 잘 돌봐 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주지시켰다. 그때 환자의 생년월일을 따져 보니 6.25 참전용사가 도저히 될 수 없는 나이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임을 굳게 믿고 있다. 문제는 사실인 척 참전용사를 가장한 순진한 거짓말이 아니고 사실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무슨 정신질환을 가졌기에 그랬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체육관에서 얘기를 나눈 노인은 파킨슨병으로 인해 발생한 망상 증세를 가진 치매환자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며 중뇌에 위치한 변연계 흑질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여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의 하나다.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고, 근육이 대나무같이 나긋나긋하게 경직되는 등 뇌의 운동기능 장애 증상이 먼저 일어난다. 병이 진전되면 몇 년 뒤 기억력, 판단력, 일상수행 능력의 저하와 망상, 환청같은 신경정신 증상을 나타낸다. 통계에 따르면 파킨슨 환자의 거의 50%가 치매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수치가 나와 있다.  

자신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믿었던 20년 전 노인은 문하우젠 증후군(Munchaugen syndrome, 허위성 장애)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신체적 증상이나 심리적 증상을 의도적인 거짓말로 과장해서 타인의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려는 희귀한 정신질환이다.

18세기 독일 문하우젠 공작이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허풍과 거짓 증거의 과정을 통해 진실이라 주장했던 것에서 따왔다, 대리 문하우젠 증후군도 있다. 본인 대신 아주 가까운 배우자나 자식의 건강 상태를 허위로 꾸미거나 과장해서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소망이다. 두 경우 모두 금전 요구나 범죄 회피, 군복무 이행의 기피 등 어떤 특정한 이득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현대 정신의학 진단 교과서에는 문하우젠 증후군을 신체화 장애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외적 이익을 위해 거짓으로 환자 역할을 하면 꾀병이라 단정한다.  

첫 번째 노인은 도파민을 올려주는 약물로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게 우선이다. 다음에 불안, 우울, 인지력 저하 같은 정신신경과 증상을 치료해야 된다. 도파민 용량이 너무 높으면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분열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서 처방해야 한다. 두 번째 문하우젠 증후군 환자에게는 특별한 약이 없다. 주관적 증상 호소에 따라 이를 완화시켜주는 약물을 처방하고 주로 정신 사회치료에 중점을 둔다. 

문하우젠 병의 원인은 잘 모른다. 그러나 상당수의 문하우젠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어린 시절에 격은 심신의 상처로 간호사나 의사의 돌봄을 받아 회복한 경험이 있다.

과거의 상처받은 고통을 극복하려고 반복된 검사와 입원,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되고 싶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문하우젠 환자는 자아상 결핍과 정체성 빈약이 특징인 피학적 성격이나 경계성 성격을 보이는 것이다.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인마트정보〉과메기∙석화∙제주은갈치…제철 한국산 해산물 ‘풍성’
〈한인마트정보〉과메기∙석화∙제주은갈치…제철 한국산 해산물 ‘풍성’

메가마트정육코너에서는 (금/토/일한정) 소 찜갈비 lb 11.99,생 소꼬리 lb 12.99,돼지 삼겹(수육용) lb 6.99,소 양지머리 lb 11.99,소 아롱사태 lb 8.9

[내 마음의 시] 내 아버지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내방 경대옆내 아버지 흙백 사진오늘도 휘청거린내 어깨 토닥 이신다괜찮다 ㅡ괜찮다 ㅡ뜨거워진 내 눈물 한방울 아버지 목소리다시 살아 갈 힘을 얻는다

“스포츠로 하나 되는 지역사회”
“스포츠로 하나 되는 지역사회”

애틀랜타 장애인 체육회...명랑볼링대회 개최투명한 재정 운영·생활체육 활성화 선언 애틀랜타 장애인 체육회(회장 박승범)가 오는 11월 8일 오후 6시 30분, 뷰포드 소재 ‘스타

케네소 주립대, 11월 학·석박사 입학수수료 전액 면제
케네소 주립대, 11월 학·석박사 입학수수료 전액 면제

11월 한 달, 대학 역사상 최초 케네소 주립대학교가 11월 한 달 동안 모든 학부 및 대학원 지원자들의 입학 지원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이번 조치는 대학 역사상 최초로

존스크릭 도심 속 도시 ‘메들리’ 1단계 완공
존스크릭 도심 속 도시 ‘메들리’ 1단계 완공

29일 완공식…사무실∙주거∙소매공간 아발론 등과 도심 복합상업지구 경쟁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복합개발단지 ‘메들리’ 프로젝트 1단계가 완공됐다.메들리 프로젝트 개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0)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0)

장애인 연금 수급자의 안전한 자립과 직업 복귀를 돕는 '티켓 투 워크(Ticket to Work)' 가이드·부제: 혜택 중단 걱정 없는 시험적 근로(TWP), 의료보험 유지 및 신

[신앙칼럼] 랜섬(Ransom)의 정곡(正鵠), 실현된 종말론, The Bullseye of the Ransom: Realized Eschatology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창세기 Genesis 44: 33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남아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

이민단속 전담 지역경찰 급증…조지아 2천여명
이민단속 전담 지역경찰 급증…조지아 2천여명

전국 3만여 경찰관 이민단속업무287(g)통해 ICE∙지역경찰 협력↑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해 이민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 소속 경찰관 수가 최근 크게

조지아 아시아계 유권자 10년 새 2배 폭증
조지아 아시아계 유권자 10년 새 2배 폭증

등록 유권자 21만명 '캐스팅 보트'아태계 유권자 투표율 84% 증가  조지아주의 아시아계 유권자가 10년 새 2배 폭증하며 선거판을 흔들 ‘케스팅 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29

조지아 한인인구 10만5천명…전국 여섯번째
조지아 한인인구 10만5천명…전국 여섯번째

▪2025 연방 센서스 추산 통계조지아 한인 자가 소유율 67%가구당 중간소득은 10만달러미주 전체 한인 227만명 돌파   미국 내 한인 인구가 227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조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