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갑진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바이어의 희망이 벅차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모기지 이자율이 지난해 연말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어들이 올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매물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데다 주택 가격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재정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로부터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부족했던 매물 소폭 늘어 거래 증가 전망
집값 상승세 둔화했지만 올 3~4% 오를 것
◇ 현 이자율 ‘뉴 노멀’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한 시점은 2022년이다. 갑자기 치솟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연준이 모기지 이자율을 직접 결정하지 않지만 시중 대출 은행은 연준의 기준 금리 정책을 고려해 모기지 이자율을 결정한다. 따라서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모기지 이자율도 따라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후 연준이 기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10월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8%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자율은 다행히 다시 하락세도 돌아서면서 12월 말 현재 6.88%대로 떨어졌다.(뱅크레잇 집계).
연준은 지난 12월 열린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곧 종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종료는 기준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의미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아직 이르다. 현재 이자율은 대부분 주택 소유주가 보유한 이자율보다 높고 바이어가 쉽게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기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잇닷컴 수석 재정 분석가는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한 현재의 높은 모기지 이자율을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기지 이자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거래 소폭 늘어날 것
주택 거래는 감소하는데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지난해 특이 현상으로 나타났다. 유례없이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데 따른 현상이다. 재판매 주택 거래는 지난해 10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11월 소폭 상승해 연율 기준 382만 채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7.3%나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모기지 이자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주택 거래 하락세가 중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로런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자율 하락세가 올해 더 많은 바이어와 셀러를 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며 “올해 주택 거래가 작년보다 약 1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천 짜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 거래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짜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도 모기지 이자율이 6%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의 셀마 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집으로 이사하려는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라며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되고 주택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매물 늘겠지만 여전히 부족
올해 주택 시장이 바라는 새해 소망이 있다면 바로 매물 부족 해소다. 수년 전부터 바이어를 괴롭혀온 매물 가뭄 현상은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지난해 11월 주택 시장에 나온 재판매 주택 매물은 113만 채(연율 환산)로 2021년의 112만 채에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매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될 경우 전체 매물 소진에 걸리는 기간은 약 5~6개월인데 지난해 매물 소진 기간은 3.5개월로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로런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대비 매물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매물이 현재보다 두 배나 늘어도 소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물이 충분히 공급되려면 재판매 주택 공급과 함께 신규 주택 건설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여전히 높은 이자율 때문에 집을 내놓지 않으려는 셀러가 많지만 올해는 신규 주택이 작년보다 많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집값 3%~4% 상승
주택 가격 상승세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전국 재판매 주택 중간 가격은 38만 7,600달러로 2022년 6월 최고치인 41만 3,800달러보다 약 2만 6,000달러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바이어가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집값 하락인데 이 같은 기대는 저버리는 것이 낫겠다. 수요 대비 매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로런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떨어지려면 매물 공급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 신규 주택 공급이 30% 증가해도 높은 수요로 인해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모기지 이자율 하락세로 수요가 다시 늘어나 올해 주택 가격이 작년 대비 약 3~4%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짜오 이코노미스트도 집값이 하락하려면 매물 공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짜오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이자율을 포기하지 못하는 셀러들에 의해 올해도 재판매 주택 매물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것”이라며 “이혼, 사망, 전근 등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집을 내놓겠지만 매물 부족 현상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바이어스마켓’ 아직 일러
지난해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여러 양보 조건을 내세워 주택 판매에 나서는 셀러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현재 셀러스마켓이 바이어스마켓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매물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기 전까지 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짜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나타난 이자율 하락세 등으로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고 헵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조만간 바이어스마켓으로 전환은 힘들다”라고 단정했다.
맥브라이드 분석가는 “클로징 비용 부담, 이자율 바이다운 비용 부담 등 양보 조건을 내세우는 셀러가 늘고 있지만 바이어는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며 “전국 대부분 지역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이며 주택 보험료 급등 등으로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이 사상 최고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