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디지털 시대, ‘껍데기는 가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15 14:32:47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내셔널 지오그래픽, 냇 지오(Nat Geo)는 명품 잡지였다. 핸드백으로 치면 샤넬 급이었다고나 할까. 허투루 컨텐츠를 내놓지 않았다. 오랜 탐사를 통해 심해와 우주,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와 거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독자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자연과 과학의 세계로 이끌고, 인문학의 세계로까지 인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품격 사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위험이 도사린 탐험과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장인의 솜씨가 발휘됐을 때 많은 사진은 작품이 됐다. 냇 지오 사진 중에는 지금도 아마존 등에서 팔리고 있는 빈티지 포토들이 있다. 지난 85년 표지 사진으로 쓰였던 ‘아프간 걸’도 그중 하나다. 12살 난민 소녀의 녹색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하고도 신비한 눈빛은 이 한 장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사진 판 ‘모나리자’라는 이도 있다. 

이런 냇 지오에는 이제 기자(staff writer)가 없다. 잇단 감원의 결과다. 전에 소속 기자들이 하던 일은 편집자(editor)나 외부 프리랜서가 대신한다. 심층 보도의 원천이었던 장기 탐사 계약도 크게 줄었다. 인쇄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나 내년부터 뉴스 스탠드에서는 볼 수 없다. 한 때 1,200만 부에 이르던 미국내 발행 부수는 180만 부 아래로 떨어졌다. 근 100년 전에 100만 구독자 시대를 열었던 인쇄매체의 현주소다.  

무엇이든 역할을 다했으면 쇠락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변화해 바뀐 환경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퇴장 절차에 들어 간다. 종이 매체를 주장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시대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간 135년이 된 냇 지오는 지난 10년새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을 거쳐 지금은 디즈니가 지분의 70% 이상을 갖고 있다. 

디즈니는 컨텐츠 계의 최강자, 냇 지오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주목된다. 디즈니로 간 냇 지오에는 ‘외계인’, ‘상어 vs. 참치’ 등의 기획물이 실리기도 했다. 흥미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전화 발명가인 그레이엄 벨 등 33인의 학자와 탐험가 등이 넷 지오 창간 동호인이다. 원래는 회원들에게만 배포되던 것이다. 이 교양학술지에는 타협될 수 없는 원칙과 정신이 있었다.   

냇 지오 뿐 아니라 많은 고전적 매체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신문도 그중 하나다. 신문에는 요구되는 역할이 있다. 권력이나 금력의 전횡을 감시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신문에 정치와 고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심있는 독자였다면 지난 팬데믹 때 책임있는 언론의 역할을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 공포의 대상이었다. 짙은 안개 속을 더듬어야 했다. 호흡기 질환이라는데 심장마비로 숨지고, 젊은 여성이 실명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괴질이었다. 조심스럽지만 몇 달 앞서 원인을 파악하고 나름의 진단을 내 놓은 것은 명망 있는 인쇄 매체들이었다. 이른 대비가 가능했다. CDC와 FDA등 보건당국은 그 후에 이를 확인하고 공식화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된 사례가 많다. 정부기관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문의 시대가 갔다고 한다. 맞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다. 종이 신문의 시대가 갔다면 맞는 말이다. 미국의 양대 신문으로 꼽히는 뉴욕 타임스는 발행 부수가 70여만 부, 워싱턴 포스트는 20만 부가 안된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정기 구독자 1,0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4년 후에는 1,500만 명이 목표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도 정기 구독자가 300만 명을 넘긴 적이 있다. 물론 디지털 구독자 때문이다. 종이 신문 시대에 꿈꿀 수 없던 숫자다. 

인터넷 덕분 아니냐고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전달 방식만 바꾼 디지털화는 오히려 독이다. 의류업체가 내세울 제품도 없으면서 온라인 판매만 강화한다고 될 일인가. 비용만 더 들고 망하는 길이다. 실체 없이 인터넷에 의존한 업체들은 부지런히 도태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이 이처럼 성장한 것은 컨텐츠가 원동력이다. 그 신문만이 가능한 충실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신문의 손님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만들어 제공한다. 공들여 만든 컨텐츠가 디지털이라는 날개를 달았을 뿐이다. 

냇 지오도 다르지 않다. 과학이 발전할 수록 탐사가 필요한 영역은 더 넓어진다. 우주만 해도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전체의 4~ 5% 정도라고 하지 않는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탐구 대상은 무궁무진 하다. 자연과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끌어 내 줄 매체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시장이 하느님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승자인 것이다. 시장이 포장에 속는 것은 처음 한 번이다. 결국은 상품의 질이 좌우한다. ‘껍데기는 가라’는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죽비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냇 지오의 긴축 경영 소식을 들으며 이 문제를 또 생각하게 된다.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취업허가 갱신 접수증, 계속 일해도 된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만료 전에 갱신했으니 계속 일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취업허가증을 갱신하는 이민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신청서를 제때 제출했고 접수증까지 받았다면 자신의 의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의료·법률 전문가와 현직 경찰 수사관 참여청소년 약물 문제▪법적 책임, 현장경험 공유11월 7일 오후 2시, 둘루스 그레이홀 개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애틀랜타 지회(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29일 오후 2022년 투표 기록 넘어서30일까지 사전투표자 270만명 이상 조지아주가 사전 현장 투표 기간을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사전 현장 투표 기록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밝은 의상 착용, 손전등 등 광원 지참 꼬마 악마, 마녀, 좀비, 뱀파이어 분장을 한 아이들이 토요일 밤 귀넷 카운티 주택가를 누빌 예정인 가운데, 카운티 경찰이 학부모들에게 아이

[행복한 아침] 오른 손, 왼 손의 도움닫기

김 정자(시인 수필가)    도마질에 심하게 열중한 것도 아닌데 손가락에 아주 가볍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른 지혈을 하고 반창고를 바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머지 조리과정까지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조지아 대법원 상고 기각 조지아주 대법원이 애팔래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콜트 그레이의 새로운 형량 선고를 위한 상고를 기각했다.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레이가 요청한 새로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취소율 1.24%, 심각한 지연 1.25% 애틀랜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항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컨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귀넷 법원 제한적 허용 귀넷 카운티 법원이 16개월 된 아들의 차량 안 방치 사망과 관련해 2급 살인 및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데자 콜먼에게 거주 단지 내에서 할로윈을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수익금 연말 파티서 기부 예정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회장 레이첼 김)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스와니 베어스베스트 골프장에서 제5회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41개 보험사…최대10.1% 인하 360만건 영향…5억불 절감효과 지난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조지아 자동차 보험료가 올해 들어 대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WSB-TV가 주정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