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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헨리 키신저가 경고하는 AI의 미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7 18:07:07

시론,홍병문 서울경제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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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서울경제  여론독자부장)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실상 첫 최대 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던 CES는 인류의 안보(Human Security)를 메인 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CES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인류의 안보라는 이슈가 메인 테마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챗GPT가 세상을 휩쓸면서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CES 폐막 이후 한 달여 뒤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서도 인류의 안보가 거론됐다. 포럼에서 눈길을 끈 연사 가운데 한 명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올해 100세인 백발의 노학자는 화상 강연자로 나와 인공지능(AI) 역량을 개발하는 핵무장국 미국과 중국의 충돌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인간의 일상은 물론 각국 행정망에 깊게 파고들면서 강대국 간 패권 전쟁의 가능성이 커졌고 인류의 안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21차례나 표지 인물로 등장했던 키신저.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고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는 국무장관을 맡았다. 1971년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뒤 이듬해 닉슨과 마오쩌둥의 정상회담을 이끌었다. 이후 베트남전쟁 종식을 위한 파리평화회의,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협상을 주도했다. 이 같은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를 한물간 외교 전략가 정도로 치부한다면 큰 실수다. 올해 5월 말 100세가 되는 이 국제정치의 거목은 최근까지 여러 권의 저서를 잇달아 내놓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2021년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후텐로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함께 펴낸 ‘AI의 시대: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저자들은 AI 시대가 인류에게 어떤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놀라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냉혹한 진단을 내놓는다. 공저자로 참여한 슈밋은 AI가 몰고 올 파장이 인류의 생존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북한의 핵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은 이를 즉각 탐지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의 편에 서서 미국의 미사일에 역공을 가할 것이다. 이런 전면전 상황은 0.003초 만에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미래 전쟁의 모습이다.”

AI가 촉발시키는 한반도의 전면전 가능성 등을 경고하는 저자들의 진단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키신저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큰 AI 기술은 복제와 전파가 쉽고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미래의 최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의사결정과 개입이 배제되는 AI 군사기술의 경쟁적 개발이 시작되면 전 세계는 쉽게 그 속도나 규모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역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얼마 전 ‘GPT-4’ 같은 언어모델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류가 AI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AI 사용을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키신저는 AI 시대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AI는 피할 수 없는 인류의 과제이자 기회라는 점에서 다른 대응법을 주문한다.

그의 조언을 한반도에 적용해 본다면 해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AI 군사기술이 인류의 통제력을 넘어서기 전, 그리고 한반도 주변 초강대국 간 AI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기 전 우리는 한발 앞서 국제적 통제와 관리 체계 마련을 세계무대에서 주도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키신저가 ‘AI의 시대’에서 충고한 다음 대목은 우리에게 또 다른 시사점을 남긴다. “문화마다 가치관이 다양해졌고 정치 단위마다 관심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지만 모든 사회는 스스로의 힘이든, 동맹을 통해서든 자신을 지켜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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