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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의 논단] 기소된 루저 도널드의 앞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4 15:28:45

민경훈의 논단,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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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LA미주본사 논설위원)

독일 역사 최대 미스터리는 바흐와 베토벤, 칸트와 괴테를 낳은 나라가 어떻게 히틀러와 같은 괴물을 지도자로 선택했는가 하는 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비인 미술학교에 두번이나 응시했다 떨어져 삼류 수채화를 팔며 걸식으로 연명하던 히틀러의 운명을 바꾼 것은 제1차 대전이었다. 여기서 그는 뜻밖의 용맹을 보여 일반병으로는 드물게 철십자 1급 훈장을 받는다. 개스 공격으로 일시적으로 눈이 멀어 병원에 입원한 사이 독일은 항복하자 그는 독일이 진 것은 등에 다 칼을 찌른 유대인 등 국내 배신자들 때문이었다는 음모론 신봉자가 된다. 그 때부터 정치에 뜻을 둔 히틀러는 나치당의 전신인 독일 노동자당에 입당해 뛰어난 웅변 실력으로 승승장구 한다.

1920년대 초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갚을 수 없게된 독일은 돈을 마구 찍어내 마르크화는 사실상 휴지로 변하면서 극심한 사회 혼란이 일어난다. 이를 권력을 잡을 호기로 오판한 히틀러는 뮌헨에서 ‘맥주 홀’ 쿠데타를 일으키지만 비참하게 실패하고 ‘대반역죄’로 기소돼 5년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대법원은 1년만에 그를 사면해 풀어주고 그가 옥중에서 쓴 자서전 ‘나의 투쟁’은 그를 유명 인사로 만들어준다. 1929년 대공황으로 사회 질서가 마비되자 히틀러는 이번에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는다. 그 후 제2차 대전을 일으켜 2,000만 명의 민간인과 포로를 학살하고 2,800만을 전쟁의 포연 속에 죽게 만든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독일 국민은 어쩌자고 이런 인간을 지도자로 뽑은 것일까. 나치당 지지 세력의 핵심은 1차 대전 패배로 분노와 절망에 빠진데다 하이퍼인플레와 대공황으로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진 독일 중하류층 소시민이었다. 이들에게 독일이 겪고 있는 고통은 독일인 잘못이 아니라 유대인 배신자 때문이며 이들을 청소하면 독일은 다시 위대한 국가로 탄생할 수 있다는 히틀러의 약속은 달콤한 구원의 메시지로 들렸다.

미국에도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하나 있다. 도널드 트럼프다. 물론 잔인성에서는 히틀러의 상대가 못 되고 방탕함에서는 그를 압도하는 등 차이도 있지만 그의 핵심 기반이 세계화로 안정된 직장을 잃고 이민자와 소수계 증가로 주류 계급 지위에서 물러나야할 처지에 놓인 백인 중하류층이라는 점은 매우 닮았다.

독일 국민들에게 독일 제국의 영광을 약속한 히틀러의 야만성과 거짓말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처럼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딱한 처지를 “멕시코 강간범” 탓으로 돌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트럼프의 사기성과 저질스러움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오직 트럼프만이 옛날의 영광을 되찾아 올 수 있다.

그 트럼프가 이번 주 기소될 전망이다. 뉴욕 대배심은 지난 주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한 후 입을 막기 위해 장부를 조작해 선거비용으로 쓸 돈을 지불한 혐의 등으로 트럼프를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설명을 듣고 이를 승인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미 역사상 처음 기소된 전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기소와 관련, 찬반 양론이 거세게 갈리고 있다. 반대자들은 이번 기소가 민주당 소속 검사에 의해 이뤄진 정치적 사건이며 이는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을 초래해 그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도울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검찰의 기소는 오로지 증거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파장을 미칠 지는 검찰이 신경쓸 사항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는 것은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만민 평등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기소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지아에서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기밀 서류 무단 반출 사건과 2021년 1월 6일 폭도 의사당 난입 선동 사건, 트럼프 조직 장부 조작을 통한 부정 대출도 현재 수사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대통령 자격이 전무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2016년 선거에서 총 유효표에서 300만 표를 지고도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를 8만표 차로 이기면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주도하는 공화당은 그 후 치러진 2018년 중간 선거, 2020년 대선, 2022년 중간 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했다. 2016년 ‘거짓말의 달인’ 힐러리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은 트럼프에게 한 번 기회를 줬지만 그 후 그의 더한 거짓말과 천박함에 등을 돌린 것이다.

독일 국민은 100년 전 대역죄로 감옥에 간 히틀러를 일찍 풀어주고 지도자로 택하는 우를 범했다. 미국 국민들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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