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멸치와 하느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7 14:13:32

삶과 생각, 채수호 자유기고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채수호(자유기고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온 몸에 가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돌아오자 눈앞에는 하얀 대리석 바닥이 보이고 고개를 돌리니 가파른 계단에 내 몸 뚱아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럴 수가…. 사람이 사고를 당할 때에는 대개 자신에게 닥친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새카맣게 모르고 당하다니….

계단에 떨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계단인 줄 모르고 발을 헛딛으며 그대로 밑으로 추락한 것 같다. 아주 오래된 관공서 건물이라 천정은 높고 조명은 어두웠다. 높다란 천정은 거대한 돔으로 되어있고 그 밑은 맨 아래층에서부터 천정 끝까지 텅 비어있는 공간으로 되어있었다. 둥그런 건물 벽을 따라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층과 층 사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연결되어있는데 계단은 건물 구조상 눈에 잘 안 띄었다.

나는 일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옆에 있다가 사고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 앰뷸런스를 불러주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의 파라메딕이 오더니 나를 들어 올려 들것에 누인 다음 앰뷸런스로 밀고 갔다. 차가 병원 응급실로 이동하는 동안 파라메딕은 퉁퉁 부은 왼발과 왼쪽 얼굴에 얼음 팩을 대주면서 인적사항을 물었다.

응급실에서 X Ray와 CT 촬영을 하고 의사가 와서 결과를 알려줄 때까지 두어 시간을 누워있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지지 않았던 내가 졸지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누워있으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 높은 곳에서 대리석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머리와 온 몸을 세게 부딪쳤으니 늙은 몸이 온전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왼쪽 발꿈치 뼈에 두 군데 골절상을 입었으며 다행히 척추와 두개골은 이상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심한 충격을 받고도 발꿈치 뼈 이외에 다른 뼈는 이상이 없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멸치야. 내가 맥주를 좋아해서 안주로 칼슘이 풍부한 멸치를 많이 먹었는데 아마도 그 덕을 본 게야.’

그 후 한 달 정도를 침대에 누워 지내야했다. 밤이면 발이 아파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앉았다가 눕거나 자세를 조금만 뒤척이면 벽과 천정이 핑그르르 돌아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쓰지 못하는 왼쪽 발과 다리는 퉁퉁 붓고 허벅지는 자꾸만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졌다. 목발을 짚고 화장실과 주방에 가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6주정도 지난 후 의사가 이제 왼쪽 발로 땅을 짚어도 된다면서 앞으로 2주 후에는 깁스를 풀고 운동화를 신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하였다. 의사의 말에 고무된 나는 목발을 짚고 집을 나와 뉴욕행 기차에 올랐다. 펜 스테이션에서 내린 나는 딸깍 딸깍 목발을 짚으며 타임스퀘어까지 걸어갔다 왔다. 얼마만의 외출이고 얼마만의 산책인가. 집에 와서 ‘헬스앱’을 열어보니 1만보 가까이 찍혀있었다. 그렇게 무리를 해서 그런지 의사가 말한 2주보다 2주가 더 지나서야 깁스를 풀고 운동화를 다시 신을 수 있었다.

사고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마치 다이빙보드 위에서 물이 없는 수영장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진 형국인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멸치가 아니었다. 그날 추락하는 순간, 생과 사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그 순간에 나를 받쳐준 보이지 않는 손길은 주님의 은총이라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죄인 구해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삶과 생각] 멸치와 하느님
채수호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취업허가 갱신 접수증, 계속 일해도 된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만료 전에 갱신했으니 계속 일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취업허가증을 갱신하는 이민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신청서를 제때 제출했고 접수증까지 받았다면 자신의 의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코윈 애틀랜타, 청소년 약물 예방 및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

의료·법률 전문가와 현직 경찰 수사관 참여청소년 약물 문제▪법적 책임, 현장경험 공유11월 7일 오후 2시, 둘루스 그레이홀 개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애틀랜타 지회(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조지아주, 중간선거 사전투표자 신기록

29일 오후 2022년 투표 기록 넘어서30일까지 사전투표자 270만명 이상 조지아주가 사전 현장 투표 기간을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사전 현장 투표 기록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귀넷 경찰, '할로윈 데이' 아이 안전수칙 발표

밝은 의상 착용, 손전등 등 광원 지참 꼬마 악마, 마녀, 좀비, 뱀파이어 분장을 한 아이들이 토요일 밤 귀넷 카운티 주택가를 누빌 예정인 가운데, 카운티 경찰이 학부모들에게 아이

[행복한 아침] 오른 손, 왼 손의 도움닫기

김 정자(시인 수필가)    도마질에 심하게 열중한 것도 아닌데 손가락에 아주 가볍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른 지혈을 하고 반창고를 바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머지 조리과정까지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애팔래치고 총격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조지아 대법원 상고 기각 조지아주 대법원이 애팔래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콜트 그레이의 새로운 형량 선고를 위한 상고를 기각했다.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레이가 요청한 새로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애틀랜타 공항, 결항·지연 적은 '톱5' 우수 공항

취소율 1.24%, 심각한 지연 1.25% 애틀랜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항 중 하나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컨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아기 차량 방치 숨지게 한 엄마에 '할로윈 참여'

귀넷 법원 제한적 허용 귀넷 카운티 법원이 16개월 된 아들의 차량 안 방치 사망과 관련해 2급 살인 및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데자 콜먼에게 거주 단지 내에서 할로윈을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한인부동산협회 골프대회로 기부금 모금

수익금 연말 파티서 기부 예정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회장 레이첼 김)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스와니 베어스베스트 골프장에서 제5회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치솟던 조지아 차보험료 잇따라 인하

41개 보험사…최대10.1% 인하 360만건 영향…5억불 절감효과 지난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조지아 자동차 보험료가 올해 들어 대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WSB-TV가 주정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