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물량 적극 확보, 가동률 84~86% 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공장 가동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도체 부족 문제가 빠르게 해소되는 국면인데 하반기 차량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한국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현대차의 1분기 실적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은 올해 1~3월에 86.6%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 공장 가동률 78.8%와 비교했을 때 약 10% 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문제로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공장 가동률이 급감했는데 현대차 미국 공장은 올해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HMMA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 88.1%에 거의 근접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HMMA 공장을 갖고 있다.
기아도 현대차와 함께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에 탄력을 받았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기아 미국생산법인(KMMA)의 1분기 공장 가동률은 84.4%로 지난해 전체 평균 75% 대비 급상승했다. KMMA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71.8%까지 하락하는 등 위기를 맞았는데 지난해 말부터 높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아의 올해 1분기 미국 공장 가동률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 75%와 비교해도 상승했다. 기아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설립한 공장을 통해 텔루라이드와 쏘렌토 등 주요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 되는 것은 반도체 수급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사 효과로 자동차 업계에 공급되는 반도체 물량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지난해보다 많은 양의 반도체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카린 래드스트롬 벤츠 브랜드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완벽하지 않지만 작년보다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향후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 판매량 상승과 함께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 누적 판매대수가 28만 776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3만 4,670대)과 비교해 16% 줄어든 수치다. 공급 부족으로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인데 생산량이 늘면 자연스럽게 판매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수석 부사장은 “공급난 문제가 해소되면 판매량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