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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현대인의 사랑받는 노자 영감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1-19 09:29:00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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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흙내                    

봄에는 흙도 달더라얼마나 뜨거운 가슴이기에

그토록 고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영혼 깊숙이 

겨울을   

울어-- 울어---

아픈 가슴 사랑의 불 지피더니

죽었던 겨울 나무 가지마다

살아있는 생명의 함성

잠자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네

 

한줌의 흙

수 많은 생명의 넋이 숨어 살고

너와 나의  하나의 목숨이더니

죽어도 다시 사는 영혼의 화신

목숨 또한 사랑이더라

 

흙내 

내 어머니의 젖무덤

그 사랑의 젖줄 물꼬

나  이봄 다시 태어나리

꽃으로  ----

바람으로 ---

사랑으로 ---  [1999년에 쓴 시   '흙내' 김경자]

 

이태백의  시를 읽으며 시의 고전 속으로 들어 가 옛 시인들의 ‘세상을 등져 세상을 사랑하다’ 속에 내 마음 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소동파의 적벽부에 “저 강상의  맑은 바람, 밝은 달이여/ 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자 해도 금할 길이 없고/ 쓰자 해도 다 할 날이 없으니/ 이것은 조물주의 무진장이다”라했으니…

소동파의 이 시도 이태백의 시구에서  나온 것으로 무릇  바람과 달은 돈을 들여 사지 못할 뿐더러,  누군들 그것을 가져도 금할 이가 없는 것이니, 태백과 동파의 말이 진실 아닌가.

그러나 공짜인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될까 싶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무진장한 청풍명월을 보고서도 즐기지 못한다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맹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보다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 생의 자유자적함을 누린 시인들의  숨어 사는 즐거움 아닐까.

과학 문명이 지구별을 떠나 우주로 떠나는 지금, 지구는 아프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공포의 세상이 언제 또 있었던가.

‘메멘토 모리’라는 말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는 말이란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도 끝나면  우주의 태양도, 별들도  죽음이 온다는  사실일까… 백 년도 지구별에 머물지 못한  인간이 우주의 억겁의 세월에 비하면 하루살이 아닌가…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우리가 느끼고 이해하지 못한 세상이 우주의 어딘가에 믿기 어려운 놀라운 무언가가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별을 떠나서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구별에 찾아온 코로나, 죽음의 아픔이  우리를 공포의 아픔으로 사람과 사람을 가까이할 수 없는 공포의  세상으로  내몰릴 줄을…

‘숨어사는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은둔자들  그들은 세상을 버린자들이 아닌 세상을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은둔이라 함은 여백으로서  세계를 마음에 품는  자유로운 삶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오늘처럼 앞길이 막혀 보이지 않는 날은 고전을 찾아서 ‘노자의 무위 자연’ 속으로 잠시 몸을 숨기며  사는 즐거움을 찾아본다.

현대인의 사랑을 받는 노자 영감님, 평화, 관용, 소박, 지족은 오늘 처럼 속이 시끄러운 날 마음에 시원한  정신 세계의 맑은 바람이 스친다.

“큰 지혜는 우둔함같고 뛰어난 말솜씨는 더듬거리는 것 같다. 서두름은 추위를 이기고 고요함은 열기를 이긴다. 청정은 천하에 도 이다.”

‘무위 자연의 도’ 오늘 같은 경쟁 사회, 모두가 일등이 되려는 스트레스를 확 풀리게 한다. 출세가도를 달리며  일류대학을  가야 출세가도를 달리는 영리한 친구들 가슴에 노자 사상은 오래도록 맑은 솔바람,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킨다. 오늘의  일류 대학 교육은  돈줄과 크게 연류되어 있다. 알 수 없는 것 중에 ‘한국은  명품 천국’이란  말이다.

명품을 들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한다는 열등감은 어디서 찾아왔나… “명품은 명문을 만들 수  없다” 반세기를 미국에 살면서  비싼  명품을 든 미국인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린 다시  돌아볼 때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인의 가슴에  봄은 오려나…

겨울 아픔을 딛고 바윗틈에 매화가 벙글었다 . 어느 선비가 노를 저어 가다가 날이 저믈어 길을 잃었다. 물길을 거슬러  매화 꽃잎 따라 노를 저었다. 복사꽃이 만발한 깊은 산골 낯선 마을에서 한밤을 지새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 방아를 찧고 머리를 길게 딴 사람들이 그를 반겼다. 꽃길을  따라 왔노라 했더니…

반가이 맞이하며  저녁상을 차려오고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한밤을 세웠다. 날이 밝아  떠나는 그에게 세상에 나가 우리 복사꽃 마을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가끔 복사꽃 만발한  동네가 돌산 기슭에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복사꽃 마을 사람들이 청풍명월을 즐기며 세상을 등져사는 소동파와 이태백같은 시인들이 거기 숨어 살고 있을까.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스스로를 아는 자는  현명하며

남에게 이기는 자는  힘이 있고

스스로에  이기는 자는  강하며

족함을 아는 자는 부유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뜻이 있고

그 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영구하며

죽어도 망하지 않는 자는 장수한다.

[노자의 도덕경 제 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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