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 직격탄 한인업체·지상사
연방 정부의 비상대책 시행에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LA항의 ‘물류대란’으로 연말 시즌을 앞두고 한인 업체들과 한국 지상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이 심각한 하역 병목 현상으로 인한 사실상 마비 상황이 풀리지 않으면서 시장에 내다 팔 상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데다 컨테이너 운임이 최대 10배 올랐기 때문이다.
■주문에서 도착까지 6개월
한인 수입업자들과 한국 기업들은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 현지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23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LA에서 30년 넘게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병선 필릭스 로지스틱스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산에서 LA까지 배로 10∼12일이 걸리고 항만 병목 현상으로 상품을 수령하는데 20일이 추가로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류대란 악화로 한국 기업 미주 법인과 한인 업체들이 지금 당장 한국에 전화해 제품을 주문하면 6개월 후에 미국에 도착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법인장은 “예전 같으면 한국 본사에서 제품을 주문해 거래처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데 두 달 걸렸지만, 지금은 최대 넉 달이 걸린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운임 10배 뛰어
꽉 막힌 바닷길은 해상 운임도 크게 올려놓았다. 한인 업체들은 컨테이너 운임이 최대 10배까지 뛰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한국산 제품을 공급하는 박진규 대표는 “컨테이너 1대 가격이 작년 2월 1,800달러였으나 최근에는 한때 2만 달러를 넘었다”며 “급행료를 줘도 배를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디스플레이 제품을 수입해 미국에 판매하는 인아 디스플레이 조시 김 대표는 “물류대란 이전과 비교해 컨테이너 운임이 최대 10배 뛰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와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대기업 현지 법인들도 컨테이너 운송비가 7∼8배 올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 한국산 품목 판매 포기
대기업 미주 법인들은 해상 운임 상승으로 원가가 올라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일부 품목의 미국 현지 판매를 접었고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미국 내륙 지역 상품 배송을 중단했다.
한 대기업 지사장은 “LA항에서 물건을 빼내는데 2주일 이상 걸리는 데다 거래처에서 확보해놓은 재고도 거의 바닥났다”며 “트럭 운전사가 없어 콜로라도주 덴버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는 제품을 배송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 업체들 사정은 더 열악하다. 물류대란으로 제때 한국산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수입을 포기한 업체도 나타났다. 제 철에 팔아야 하는 식품류와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의 경우 거래처 납품 기한을 못 맞추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LA 한인 마켓 관계자는 “한국산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랐고 일부 품목은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항만 병목 현상 때문에 하늘길을 택하는 업체도 늘었다. 미 대기업과 거래하는 한인 업체 대표는 “거래처에 급한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최근 항공운송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언제나 풀리나
현 상황은 코로나 사태와 미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다. 연방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을 풀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수요가 폭발했으나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컨테이너선은 부족하고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 창고 일꾼은 웃돈을 줘도 못 구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인 업계 관계자들은 LA항과 롱비치항 병목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주한인물류협회(KALA) 앤드류 서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도 물류대란과 인력난은 앞으로도 1년은 더 지속될 것 같다”며 “LA와 롱비치 항의 문제뿐만 아니라 물건을 실어나를 트럭과 트럭운전자, 기차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연말 샤핑시즌 물량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한인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운송 및 부대비용 상승으로 수입업체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가격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매업체와 소비자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