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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가을처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0-30 16:16:10

김정자,수필,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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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깐으로 끝날 것 같았던 팬데믹 사태가 갈수록 첩첩산중 오리무중이다. 불투명한 미래로 일상이 무거운 즈음에 문득 낯선 듯 가을이 들어서고 있었다. 지난 한가위에 보름달을 보며 달빛 찾아 삼만리를 했던 기억이 여직 소롯한데 다시금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 추수의 기쁨만으로도 행복해했던 시절은 잊혀져가고 더 편하고, 더 쉽고, 더 빠른 속도감으로 달리는 일에 열중하느라 인간이 망쳐놓은 것들이 태산보다 높아 보인다. 자연에 미안한 마음, 죄스런 마음이 어느 계절 보다 크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팬데믹 와중이라 만사가 걱정스럽고, 불안과 고립감이 유발되는 시점이라 마음이 무거운 터이지만, 순환의 질서 따라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고, 뜻밖의 순간에 감동하고, 문득 돌아본 기억들에 감사하게 되는 계절, 가을이 다가와 주었다. 수식어로는 턱없을 만큼의 존재하는 모든 색깔을 불러모아 순박한 원색으로 채색되고 있는 가을 날이다. 어느 계절 보다 선명한 하늘을 배경삼은 가을이라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든 기분이다. 말로도 그 무엇으로도 다할 수 없는 가을의 정감으로 살고 싶어 가을 혼불의 타오름을 지켜보리라. 단풍으로, 낙엽으로 가을 빛이 쌓여가고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표정으로 짚어준다. 가을은 비워내고, 내려놓으려는 의지만 있는게 아니라고. 봄과 여름을 만물이 소생하고 꽃을 피워내는 계절이라 한다면 가을도 단풍이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말았으니까.

사진적인 의미로도 가을은 가장 포토제닉한 계절로 단연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시각적 매력을 풍부하게 동반하고 있기에 영상기법의 대상으로 삼으려하는 사진작가들의 걸음이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가을이 주는 도취의 정서가 그 만큼 차별없이 무둥하기 때문일게다. 가을은 성숙을 도모하는 계절이요 삭막한 겨울맞이 채비까지 알뜰하게 챙겨주는 정겨움도 깃들어 있다. 가을이 익어갈수록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 아름다움이 소멸로 소진하는 두가닥의 실존 앞에 당황하지 않으며 가을 속으로 깊숙히 심취되는 이끌림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쩔 수 없이 소멸과 쇠락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가을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을 것이라서 쓸쓸함을 더해줄지라도 황홀함과 퇴색, 찬란함과 소멸이라는 두 모습이 가을이란 존재의 실체임을 인정할 수 밖에. 감성을 과소비해가며 무구한 순결로 인생을 다듬어 주기에 두모습을 지녔다 한들 가을을 외면할 순 없음이다. 가을은 포만과 이룸의 절정이 응집된 벅찬 감정도, 비합리적으로 고독과 고립과 쓸쓸함을 대변하며 나락으로 스러지는 본질에 앞서는 실존도 나누고 싶어한다.

실존과 균일한 불변의 거리를 두고 인생들의 깊은 내면적 흐름을 한결같은 느낌으로 느끼게 해주는 섬세함까지 전해주려 한다. 인간에게로 다가오려는 오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가을 본질을 추구하면 할수록 가을을 향한 몰입을 요구한다. 화려하고 찬란한 계절로만 보이고 싶어함도, 원색의 아름다움에서 매마름으로 가랑잎 더미를 만들뿐이라 단정하지 말아달라는 쓸쓸함도 엿보게 되지만 종국엔 비워내고 내려놓게 되는 가을처럼 살아지고 싶다. 차치물론하고 가을로 살고 싶음은 언제고 상존할 것이라서 이 가을이 다하도록 탐해보고 누리고 싶어진다. 동일한 시한 속에서 서로 다른 반복과 주기성 패턴을 경험해야하는 모순이 가을 미학이었다. 가을의 속깊음이 더욱 고결해 보인다.

가을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앞에 서면 마음이 한가로워지고 누군가의 이야기든 하냥 들어줄 것 같다. 하늘이 하 맑아 우러르다 보면 기돗 말이 주저리 주저리 풀려난다. 가을은 허허롭고 풍족하고, 황홀한 슬픔이 기웃대지만 뭉클한 감동도 겸하는 계절이라서 심성이 성결해지고 맑은 시 한줄기가 읊조려지기도 한다. 가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비경은 물론이려니와 그 속깊음으로 지혜나 이론이나 상식으로도 열 수 없을 신비의 비밀을 삭여내고 있음이 더 깊은 아름다움이다. 단풍이 그려낸 화려무비한 아름다움의 배열에 감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아름다움도 종내는 시들어버림의 이중고를 배우라 한다. 화려한 번성과 퇴색과 쇠락의 이중적 모순에도 가을의 또렷한 주관이라 인정해주게 되는 이끌림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야망과 내려놓음, 욕망과 비움이 지닌 함수가 가을이 인생들에게 보여주는 진정어린 진솔한 풍경이었기 때문일게다. 이러한 현상이 가을이 주는 도취였던가 싶다. 정서의 균열 없이 설명할 수 없는 가을의 두 모습 사이에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쇠잔의 아름다움까지 예찬하게 되는 미묘한 가을의 황홀경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하매 가을의 속깊음에 가결합하듯 더우기 이 가을처럼 살아지고 싶다. 가을 밤에 떠오른 보름달이 추억처럼 깊어가고 있는 가을이 그 시한을 다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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