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말도 없이 떠나는 길 배웅도 못 하고 애틀랜타에서 울고 있는 명오가 명복을 빈다.
영환아, 불암아 잘 가거라.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너를 성공한 사람, 국민의 아버지, 위대한 배우라고 칭송하고 격찬하지만 나는 잘 안다. 그
동안 너만이 겪은 고통과 어려움이 수없이 많았던 것을, 그리고 초창기 연극을 위한 난관을 극복하며 겪어야 했던 일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는지, 그런 고난을 극복한 피눈물 나는 유산으로 유명 배우가 되고 또 국민의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을 잘 안다.
어쨌든 너는 대성한 배우인 동시에 훌륭한 인간의 거울이었다. 불암아! 그 때문에 더욱 애통하고 슬프고 옛날이 그립다.
1958년 신무대 실험극회를 창립한 너와 철향이와 내가 그 험한 길을 헤쳐가며 세계적 명작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햄릿’을 올려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너는 주인공 햄릿 역을 했고 나는 형의 왕관을 찬탈한 고약한 왕인 삼촌 역을 연기했지. 그리고 연출자 이철향 극작가와 함께 겪었던 추억들이 너무나 그립다.
너는 어떠한 일이든 최선을 다했고 역경을 잘 극복했으며 항상 끼가 넘쳤던 멋진 배우, 멋진 사나이였다. 헝클어진 희한한 머리 스타일을 멋지게 자기만의 개성으로 살린 배우, 그대는 아름다운 연극인이었다. ‘딴따라’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 배우의 길을 걸으며 함께 구멍가게에서 외상으로 두꺼비 따놓고 멸치 대가리 곁들여 유신론, 무신론, 피카소가 어떻고 셰익스피어, 카뮈, 톨스토이, 파우스트를 논하면서 연극과 예술에 대한 꿈에 취했던 우리는 때로는 울분을 토하면서 주먹도 휘둘렀다.
연극이 끝난 후 군에 갔다가 휴가 나오면 짜장면, 설렁탕, 술까지 사 주었던 너! 연극 ‘햄릿’, ‘야화’, ‘제5계절’, ‘명암지대’ 등을 함께 했던 옛날이 그립다.
어느 날 저녁을 하면서 심각하게 김민자 씨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 어떠냐고 물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으며, 그의 부인 김민자 씨는 연속극 “정명 아씨”에 출연하면서 각별히 친한 사이였다. 결혼 후 두 사람은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었고 아름다운 부부였다.
어쨌든 너는 자랑스럽고 훌륭한 국민배우가 됐다. 나는 네가 나의 꿈까지 대신 해준 친구라 기쁘고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후 국회의원으로 애틀랜타 CNN 방송국을 강부자와 문공위원들이 함께 방문했을 당시, 애틀랜타 연극협회 “2회 공연 작” 이재현 작, 장바름 연출, 권명오 총지휘로 “강릉 매화전” 연습 중이라 나는 너와 강부자 씨에게 참석해 달라고 했는데 단체생활이라 큰 기대를 안 했음에도 현장을 찾아와 강부자 씨가 친절하게 격려의 말을 해주었고, 너는 1시간 이상 강연과 연기 지도를 해주었던 친구였으며 연극을 사랑한 멋진 사나이였다.
애통하고 슬프구나! 마지막 떠나는 장례행렬과 부인 김민자 씨와 아들, 딸, 며느리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연극, 영화, TV, 문화예술계 선후배 및 국민들이 함께 애통해하며 명복을 비는 것을 보며 애틀랜타 친구 명오가 울며 불며 그대 천국, 극락, 지옥 어디로 가든 따라가련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또 만날 것이다. 잘 가라 친구야! 그리고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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