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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화원에 꽃이 핀다 (Flowers Bloom in the Flower Garden)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10-08 08:57:54

신앙칼럼신앙칼럼,방유창 목사 혜존, 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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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골로새서(Colossians) 3:15–17

시간의 수레바퀴는 어김없이 돌아 봄의 푸르름과 여름의 무성함, 그리고 가을 들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던 코스모스마저 홀홀이 떨어뜨립니다. 눈앞에서 가시적인 화려함이 지고 들판이 쓸쓸해질 때, 세상은 이를 종말이라 부르거나 허무의 깊은 한숨을 내뱉곤 합니다. 단풍의 세계가 막을 내리면 집 뜨락 화원에는 어느덧 차가운 서리가 내리는 한로(寒露)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잎이 지고 뜨락이 비어가는 것은 우주의 마지막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작정하신 창조의 질서 속에서 가을의 저묾은 결코 비극이 아니며, 지상의 화원에 찾아오는 찬 이슬과 서리는 영혼을 정결케 하시는 거룩한 정적의 시간에 불과합니다. 세상의 눈에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계절의 길목에서, 우리는 오늘 <골로새서>가 선포하는 하늘의 평강과 민족시인 윤동주의 순전한 시상을 품고 진정한 참실존(Being)의 화원을 바라봅니다.

동양의 고전 《주역》은 “이상이견빙지(履霜堅氷至)”, 곧 발끝에 서리가 밟히거든 머지않아 단단한 얼음이 얼어붙을 혹한의 겨울을 각오하라고 경고합니다. 이는 인과(因果)에 매여 사는 세상의 차가운 법칙이요, 피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주의'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청년 시인 윤동주는 그의 수필 〈화원에 꽃이 핀다〉에서 이 주역의 경구를 완벽하게 거슬러 오릅니다. “서리를 밟거든 얼음이 굳어질 것을 각오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는다!”

세상은 다가올 겨울과 통장의 기근, 세상적 직함(Doing)의 내려놓음 앞에서 불안해하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람(In Christ)은 그 차가운 서릿발 낙엽 밑에서 작동하는 생명의 역사를 봅니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심령의 정중앙에서 심판관(Umpire)으로 자리 잡을 때, 밖에서 불어오는 혹한의 칼바람은 더 이상 영혼을 흔들지 못합니다(골 3:15). 서리는 죽음의 징조가 아니라, 멀리서 오고 있는 부활의 봄을 맞이하기 위한 거룩한 정화의 옷입니다.

시인은 꽁꽁 언 손을 녹이고 혹한의 겨울 칼바람에 언 귀를 녹여주는 '화로가', 곧 노변(爐邊)에서 정작 위대한 일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희망을 선언합니다. 세상의 소란스러운 들판과 화려한 무대(Doing)에서 내려와 옹기종기 모여앉은 따뜻한 화롯가는, 바로 그리스도의 말씀(Christ's Message)이 우리 심령 안방에 풍성히 거하는(Dwell Richly) 거룩한 영적 보금자리입니다(골 3:16).

말씀 사역의 길을 신실하게 끌어오신 하나님께서는, 백발이 성성하도록 기도의 파수꾼으로 사신 연로하신 어머님이 계신 고국 땅을 밟게 하시는 숭고한 노변을 예비하셨습니다. 세상의 채용 알림이나 세속적 타이틀 같은 번잡한 소음과 유혹의 불씨를 단호히 털어낸 자만이 이 따뜻한 화롯가에 앉을 수 있습니다. 유구한 세월을 기도로 지켜온 어머니의 야윈 손을 꼭 잡고 나누는 영적 유산과 감사의 고백, 그리고 그리스도의 말씀이 중심이 된 영혼의 대화야말로 혹한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생명의 온기입니다.

“말에나 일에나 오직 주 예수의 이름(Christ's Name)을 힘입어”(골 3:17) 나아가는 자에게는 계절의 추위나 세상의 평가가 아무런 비극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이뤄낸 성취를 자랑하는 자는 서리가 내릴 때 절망하지만, 오직 그리스도의 소유(Of Christ)로 살아가는 자는 찬 이슬이 맺힐 때 비로소 그 위로 내려앉는 하늘의 은혜를 찬송합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결핍의 계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가장 순전한 부활의 봄을 준비하시는 은혜의 덤입니다.

우리의 삶과 화원에는 때로 코스모스가 떨어지고, 단풍이 지나며, 차디찬 한로의 서리가 내립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그 서릿발 낙엽을 밟으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그 너머에서 차오르는 하나님의 영원한 봄을 신뢰하는 거룩한 파수꾼들입니다.

세상의 유혹과 잡음을 "과유불급"의 지혜로 깔끔히 비워내고, 콩팥의 물기운이 쓸개의 불기운을 식히듯 내면의 澹澹(담담)한 평정을 되찾은 심령 위에는 이미 하늘의 화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모든 외부적 소음을 그치고, 주께서 예비하신 따뜻한 노변(爐邊)에 앉아 사랑하는 어머니와 성도들과 함께 참된 평강을 누릴 때, 우리 영혼의 화원에는 이미 시들지 않는 하늘의 꽃이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결단의 기도]

Way Maker, Promise Keeper, Miracle Worker 되신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나온 세월의 모든 걸음과 주마등 같은 세월을 지나는 동안, 광야에 길을 내시고 신실하게 약속을 지키시며 모든 순간을 기적과 은혜로 채워주셨음을 감사와 찬송으로 높이 올려드립니다.

세상은 서리가 내리고 가을이 저물 때 혹한의 겨울만을 두려워하며 허무주의로 달려가지만, 오늘 저희는 시인의 고백처럼 서릿발 낙엽 밑에서 멀리서 오고 있는 부활의 봄을 바라봅니다. 세상의 헛된 타이틀과 화려한 알림이라는 유혹의 눈을 단칼에 베어내게 하시고, 오직 그리스도의 평강이 저희 마음을 온전히 지배하게 하옵소서.

계절이 가고 다시 봄이 올 것을 기대하며, 소중한 성도와의 거룩한 만남을 통하여 가을 들녘 가운데 주께서 맡겨주신 사역의 현장이 온전히 주님의 온기가 흐르는 따뜻한 노변(爐邊)이 되게 하옵소서. 그 화롯가에서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며, 말씀의 풍성함을 나누고, 참된 澹澹(담담)함으로 주님 주시는 평안을 누리게 하옵소서.

모든 소란을 그치게 하시고, 오직 '그리스도의, 그리스도를 위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승리케 하신 주님을 찬양하오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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