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6-01 10:32:35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칠십 대 초반의 한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었다. 지금까지 전기요금 내는 일조차 손수 해본 적이 없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남편의 묘소를 찾아 "나는 어떡하라고" 하며 통곡했다. 그러기를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여느 날처럼 남편의 묘 앞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는 할머니의 귀에 갑자기 호통 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냐?" 특무상사로 근무했던 남편은 생전에도 목소리가 크기로 유명했는데, 그날은 공원묘지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는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그 후로는 다시 그곳을 찾지 않았다.

 

그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지 어느새 십칠 년이 흘렀다. 그렇게 홀로된 분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나의 일터다. 이곳에서 우리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나이와 성씨와 고향이 모두 달라도, 한 지붕 아래서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자식들에게 신세 지기 싫어서, 혹은 배우자를 잃은 후 혼자 살기 적적해서 찾아온 분들이지만, 어찌 되었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곳이다.

 

노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나는 가끔 과분한 대우를 받곤 한다. 사람들은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랑 유전자를 타고나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줄 알고 정성스레 위로를 건넨다. 그럴 때면 내 엉큼한 소갈딱지가 들통 날까 봐 속이 뜨끔해진다. 덕분에 '내가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걸까, 아니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일까' 하며 내 양심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어느 해 명절, 양로원에 위문하러 왔던 어느 교회의 권사님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휴, 어쩌다 이런 곳에 살게 되셨어요. 얼마나 외로우세요!" 눈시울까지 붉히며 위로하는 그분의 표정은 마치 자신의 말에 동조하라는 강요처럼 느껴졌다. 무안해진 할머니가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그분들이 "모든 건 하나님의 뜻이에요"라며 등을 툭툭 쳤다. 위로랍시고 던진 말에 기분이 언짢아 졌던 할머니는 "이런 곳이라니, 괜히 찾아와서 우리를 죄인 취급한다."라며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라고 뿔을 내셨다.

 

마음이 예민하고 여린 분들에게는 애정 없는 동정이나 겉치레뿐인 위로가 도리어 독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내 감정에 휩쓸려 섣부른 연민을 베풀지 않으려고 늘 마음을 다잡는다. 때로는 뜨거운 감정보다, 담담한 평정심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한 지붕 아래서 매일 일상을 나누다 보니, 작은 표정 변화 하나에도 서로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슬픔이나 회한을 남에게 쉽게 들키려 하지 않는다. 지금의 삶이 결국 스스로 걸어온 자취임을 알기에 원망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지도 않는다. 그들이 가슴에 묻어둔 세월의 궤적을 마주할 때면, 목이 메도록 아득한 슬픔이 밀려오다가도, 때로는 그 기막힌 생의 풍파 앞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함께 마음을 달래곤 한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이듦’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그리고 타인에게 허튼 동정을 받을 때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가족의 품을 떠나 살아야 하는 외로움과 혼자서는 일상을 온전히 꾸려가지 못하는 삶의 처연함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마음에 대고, 그저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섣불리 말한다면 그것이 과연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선심 쓰듯 툭 내뱉는 말은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할지라도 결코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지 못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위로는 먹다 버린 눈깔사탕보다 못한 허망한 울림일 뿐이다. 진심의 무게는 말이 아니라 깊은 이해와 조심스러운 시선에서 온다. 그러므로 타인의 아픔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이다. 그 고요한 동행 속에서 비로소 참다운 위로는 시작된다고 믿는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레이니어 아일랜드 '조명 축제' 11월 20일 귀환
레이니어 아일랜드 '조명 축제' 11월 20일 귀환

코스 확장, 입장권 차량 25달러 조지아주 연말 홀리데이 시즌의 볼거리 레이니어 아일랜드 리조트의 '매지컬 나이트 오브 라이트(Magical Nights of Lights)'가 확

조지아 중간선거 "밤 12시 전 결과 나온다"
조지아 중간선거 "밤 12시 전 결과 나온다"

라펜스퍼거 주무장관 귀넷 방문"밤 10시쯤 상위 판도 나올 것" 이미 215만 명의 조지아 주민들이 사전 투표를 마친 가운데 조지아주 선거 사무룰 총괄하는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무장

총기에 범행날짜까지…애틀랜타 고교 총격모의 3명 체포
총기에 범행날짜까지…애틀랜타 고교 총격모의 3명 체포

체로키고 대상 모의…10대  2명 등학교 건물 평면도 ∙ 방탄복도 준비FBI,온라인 위협글 발견 수사 착수  메트로 애틀랜타의 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총격을 모의한 혐의로 10대

COYAD, 청소년 약물 예방 캠페인 성료
COYAD, 청소년 약물 예방 캠페인 성료

학교 클럽 사례 발표·학부모 교육·미술대회 결합청소년·가정·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강조 청소년마약예방위원회(COYAD)가 지난 25일 학교 클럽 사례 발표, 학부모 예방교육,

이창동 '가능한 사랑', 미 고담어워즈 3개 부문 후보
이창동 '가능한 사랑', 미 고담어워즈 3개 부문 후보

국제장편영화상·각본상·주연상 후보에…전도연 연기상 도전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미국 독립영화

〈한인타운 동정〉 '바하마 크루즈 여행객 모집'
〈한인타운 동정〉 '바하마 크루즈 여행객 모집'

바하마 크루즈 여행객 모집크루즈야 여행사는 유머 소통전문가 신상훈 작가 인도로 2027년 1월 18일-22일 바하마 크루즈 여행객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 여행중 행복한 가정만들기

조지아 중간선거 투표자 200만명 돌파
조지아 중간선거 투표자 200만명 돌파

4년 전 중간선거 보다 7% 높아민주당에 고무적인 신호로 해석 조지아주에서 이미 약 202만 명의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마쳤다. 27일 정오 현재 사전투표 192만 6천명, 우편

“아우디 투자 유치는 2년간 노력 결실”
“아우디 투자 유치는 2년간 노력 결실”

AJC,아우디 유치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켐프, 경제지 기사서 투자 가능성 포착”트럼프 “관세정책 성과” 주장과는 대치  조지아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자동차 업

“수돗물서 흙냄새”…당국 “마셔도 안전”
“수돗물서 흙냄새”…당국 “마셔도 안전”

애틀랜타 일원 민원 증가 당국 “수원 계절적 현상”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일원에서  수돗물에서의 이상한 맛과 냄새를 호소하는 민원 제기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계절

조지아 개스값, 전국평균보다 63센트 낮아
조지아 개스값, 전국평균보다 63센트 낮아

26일 기준 갤런당 3.65달러유류세 면제∙수요감소 등으로 조지아 개스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국 평균가격보다 60센트 이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26일 전미자동차협회(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