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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마음의 안전수칙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1-03 10:28:49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내 마음의 안전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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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나는 늘 인간관계의 핵심은 '마음'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때는 돈이 넘치는 사람이나 외모를 과도하게 꾸미는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않겠다는 나름의 생활신조를 품고 살았다. 물론 물질의 유용함이나 풍요로움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좇는 세태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지금 되돌아보면, 그것은 물질만능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거부감, 혹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열등감을 감추려고 스스로 설치해 둔 내 삶의 제동장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생텍쥐페리가 말했듯,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는 진리는 언제나 옳다. 마음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귀한 보물이다. 아주 작은 감정이나 감각조차도 마음의 반응 없이는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마음을 열어 보이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는 기분이 좋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관계만큼 가슴 벅차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노인을 보살피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덕분에, 나는 마음의 교감을 자주 경험하며 높은 행복지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노인을 돌보며 얻는 보람은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러다 간혹, 평생 물질에만 가치를 두고 악착같이 재력을 쌓은 분들을 대할 때면, '어쩌다 내가 이런 일을 하며 살게 되었을까' 하는 자괴감에 숨이 턱 막히곤 했다. 오직 자신의 재물을 믿고 사는 분들에게, 케어기버 노동의 정성과 가치는 그저 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

갑작스러운 중풍을 겪고 양로원을 찾은 김 할머니의 이야기다. 빌딩 두 채에서 나오는 월수입 덕분에 평생 주변의 아첨을 달고 살았던 할머니는, 돈을 앞세워 주변 사람들을 마치 자신의 하인처럼 부리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몸이 불편해지자 할머니의 의심은 극에 달했고, 곁에서 돌보는 사람들의 손길과 눈빛조차 진심으로 느끼지 못했다. 모든 도움을 '돈을 뜯어내려는 술책'이라며 싸잡아 낮추기 일쑤였다.

어느 날 7년 동안 동기간처럼 지냈던 스태프가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까닭을 묻자, 그녀는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보람과 자부심으로 견뎌왔는데, 김 할머니에게 부대끼다 보니 자괴감이 밀려와 더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에 다시 함께 일하자고 말해주었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서 이상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다. 중풍의 급물살에 휘청거리는 김 할머니를 살피느라, 정작 내게 귀중한 사람의 마음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있었다니. 인간관계에서 마음을 먼저 살피고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잊고 있었다. 정성껏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술책으로 치부하고 냉소적으로 대하는 김 할머니. 생각을 거듭하다가 결국 나는 한 달의 여유를 주고 김 할머니에게 퇴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비행기를 타면 이륙과 동시에 승무원들은 비상 상황 시에 산소마스크 사용법을 직접 착용하면서 수칙을 설명한다. 내용을 들어보면,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승객은 본인이 먼저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그들을 도우라는 설명이다. 이 행동 수칙은 노약자를 우선 도와야 한다는 일반 상식에 상반된다. 맞는 말이다. 내가 단단해야 남을 돌볼 수 있다. 사는 동안 남을 돕기 위해, 나를 먼저 챙겨야 할 때가 어찌 비행기 안에서 뿐이겠는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은 언제나 ‘내 마음’이었다. 이제부터 나는 책임이라는 허울을 쓰고, 남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의식하는 위선에서 벗어나 '내 마음의 안전수칙'을 스스로 지키는 용기를 내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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