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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기부로 사는 영주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0-01 10:49:07

법률칼럼,케빈 김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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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김 법무사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골드카드(Gold Card)’ 제도는 단순한 이민 정책이 아니다. 외국인이 1백만 달러를 기부하면 곧바로 영주권 심사 절차를 단축해주겠다는 발상은, 미국 이민사에서 전례 없는 파격이자 논란의 불씨다. 기업이 후원하는 경우에는 2백만 달러 기부도 허용된다. 이 기부금은 상무부를 거쳐 연방 재무부로 편성되고, 행정명령은 이를 EB-1 또는 EB-2 이민 카테고리의 자격 요건을 일부 대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한다. 요컨대 “투자”가 아니라 “기부”를 통해 영주권을 사실상 매매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기존의 투자이민, 특히 EB-5 제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EB-5는 최소 105만 달러(특정 지역은 80만 달러)를 실제 상업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최소 1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조건부 영주권이 부여된다. 이는 단순한 자본 유입이 아니라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기여를 전제로 한다. 반면 골드카드는 경제적 효과나 고용 창출과 무관하게, 단순히 돈을 내는 행위 자체를 이민 자격 증명으로 인정한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최소한의 공익 요건조차 사라진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는 이 제도를 두고 첨예하게 갈린다. 둘루스와 스와니 일대에서 이미 대규모 부동산 투자와 사업 확장을 이뤄온 일부 교포들은 “기다림 없이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기회”라며 반긴다. 그러나 조지아텍과 UGA 등지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들은 깊은 좌절을 호소한다. “논문과 OPT 단계를 거쳐도 영주권은 요원한데, 돈만 내면 단숨에 취득할 수 있다니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인 유학생 간담회에서는 골드카드가 발표된 이후 유학생 신분 불안정이 더욱 부각되며, 장래 계획을 재고하겠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법률적 측면에서의 불확실성도 크다. 행정명령만으로 EB-1, EB-2와 같은 고도의 전문직 이민 카테고리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연방 이민법은 의회의 입법 권한에 근거해 구조화된 체계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의로 “기부금 = 자격 요건”으로 선언하는 것이 합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조지아 지역의 한 이민 변호사는 “행정명령을 통한 임시 시행은 가능하더라도, 실제 영주권 승인 과정에서 법적 도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과거 캘리포니아주에서 시도된 경제적 차별 정책들이 연방대법원에서 ‘부당한 경제적 차별’로 위헌 판정을 받은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제도 역시 헌법적 도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애틀랜타는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중산층과 유학생, 신혼부부가 큰 주거 부담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자본이 대거 기부 형식으로 들어오면, 직접 투자 대신 고가의 부동산 매입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인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키우고,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연방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사회 전반에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편, 이 제도는 약 8만 장의 골드카드를 발급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함께 소개됐다. 그러나 이 숫자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또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쳐 배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골드카드 보유자가 해외 소득에 대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지만, 공식 자료에는 일반 영주권자와 동일한 세제 의무가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언론 보도가 과장된 것이라면, 이는 정책 혼선을 키우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 제도는 그 드림을 은행 잔고의 크기로 환산한다. 성실히 공부하고 일하며 수년간 비자 문호를 기다리는 수많은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허탈감과 분노만 남을 수 있다. 특히 애틀랜타 지역처럼 1세대 이민자들이 어렵게 자리 잡고, 2세대가 교육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공동체에서는 “돈 있는 소수 특권층만 빠르게 길을 얻는” 현실이 공동체 내부의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골드카드가 남길 가장 큰 질문은 이민 제도의 본질이다. 과연 이민은 단순히 자본 유입의 수단인가, 아니면 기여와 성실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다양성을 키워가는 과정인가.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노력과 시간의 결과물이 아니라 돈으로 구매 가능한 상품이 된다면, 미국 사회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다. 단기적 재정 효과만 바라보는 정책은 사회적 분열과 법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민 제도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제도를 또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인가. 분명한 것은, “100만 달러의 꿈”은 더 이상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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