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비 오는 날이 좋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11 08:34:02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비 오는 날이 좋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비 오는 날이 나는 좋다. 촉촉히 세월 속으로 젖어 드는 느낌이라서. 비 오는 날에만 느껴 지는 향기가 있다. 때론 감동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고 두고두고 마음에 남겨 지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단상들은 유년으로, 여학생 시절의 그리움으로 달려간다. 기상 주의보로 일러준 기세 당당하던 세력은 어느 새 사그라지고 그리움만 동무처럼 동그마니 남아있다. 그렇듯 그리움은 때로는 다사롭기도 하고, 상심을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이방인의 낯선 외로 움 속에서 순수한 친구로 자리매김한지도 오래다. 기다리진 않겠 노라 촉각을 세우지만 기 다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하루 길 풍경 마냥 인생 여정에서 비 오는 날 특유의 어둑한       물내음이 진지하고 산뜻하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나간 시간들에 매달리지 않게 되고, 되새기지도 않으며, 뒤통수를 치고 간 사람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용서도 쉽게 결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용서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지 못한 나를 용서하겠다는 용기까지도 시동을 건다. 세월을 역류하지 않고 비처럼 세월에 젖어 묻어가면 사는 게 좀 편하겠다는 생각이 된다. 남은 날들을 계수하지 않으며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사슬을 기필코 내 손으로 풀어 내려 한다. 기억이란 상자 속에 이미 지워진 사람, 생각 속에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은 그냥 저냥 잊으려 한다. 인연이란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는 것, 보내고 또 비워내면 낯선 얼굴이 그 자리를 찾아들 것이다. 세장에서 날아간 새는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이미 잊혀진 것들, 놓아버린 것 들에는 마음 두지 않으며 이렇게 비 오는 날을 만날 때 마다 마음 줄을 다시 고쳐 매고 맑게 개인 날들을 포옹으로 맞을 작정을 하게 된다. 비가 오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솟아나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르는 듯이 팽팽 해지는 느낌이라 20대 초반 무렵. 폭우가 내리는 바닷가 방파제를  걸으며 파도 사이를 걸어본 적이 있다. 군사 정권이 아버지를 빼앗아 가버린 울분을 그렇게 풀었던 적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심리상태가 유난히 막힘 없이 달리고 싶어 지기도 한다. 습기에 까지도 민감 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쉽게 상처 입기도 한다.

 

햇살이 고루 비춰 주는 날이면 매사를 애착으로 덤비기도 하고 집착에도 악착같아지는 마음 과는 대조적이다. 구름이 비켜선 열린 하늘이 까탈을 부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인가 보다. 평화롭고 너그러워진다. 꿈 속에서도 빗 속을 걷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기증 을 느끼곤 한다. 비 오는 날엔 나다니기 힘들어지고 활동에 제약을 받지만 맑은 날 볼 수 없는 빗방울의 향연이 펼쳐진다. 창을 들이치는 빗방울은 변화무쌍이다. 가벼운 이슬비는 유리창에 세로로 작은 물방울들이 선을 그린다. 창수로 비가 내릴 땐 간혹 유리창에 물 줄기가 생기지만 곧 끊어지며 일렬로 늘어선 듯  바뀐다. 빗줄기 없이도 방울방울 그어진 선들은 비가 아무리 세차게 와도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전선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새들 마냥. 계속 그리고 지우는 낙서 같지만 적당히 세로로 정렬된 빗자국은 누구나 비 오는 날 이면 만날 수 있다. 유리창을 캔버스로 삼은 자연의 행위 예술이다.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말갛게 맑아지는 것 같다. 

이렇듯 마음이 맑아지는 경지를 만나려는 집착이 비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 다. 불순하거나 더러워진 것을 다 씻어준다. 때로는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까지도 해소 되고 마음이 정화되고 있는 과정을 느끼기도 한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마음 속에 억압된 감정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표출하는 것으로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을 심리 요 법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비라는 매체를 통해서 마음이 순화되고 정화되는 깨끗하고 순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비의 매력이다.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 마냥 비를 기다리곤 한다. 햇살이 화창한 날에도 간간히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세상살이에 적응되지 않는 일을 만날 때면 더욱 간절해진다. 비는 실존적 물음에 마음껏 탐닉하게 해주기도 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해 온 몸에 비의 흔적을 남기며 거리를 헤매기도 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예리한 비의 지문은 머리 속에서 퇴출명령을 받은 퇴적물을 씻겨주고 가슴 속의 두텁게 쌓여버린 무감각 지대 까지 씻겨내며 생명의 감수성을 일깨워 내고 야 만다. 자아 갈등에도 불구하고 삶을 순리 대로 진행하려는 민심의 의지는 여전한데 세상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지속되고 있다. 조변석개의 불확실성으로 전세계를 회유하듯 휘몰아치고 있는 강경 일변도 행정명령으로 하루하루 들이 상처와 황폐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 폭력과 유학생 비자로 장난질하는 불 친절한 하루들이 계속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이런 것이 사는 밥이고 민심을 헤아리는 것 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불 확실성 위에 오늘도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면 만상은 맑고 상쾌하고 투명해질 것이라서 비 오는 날이 좋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케네소 주립대, 11월 학·석박사 입학수수료 전액 면제
케네소 주립대, 11월 학·석박사 입학수수료 전액 면제

11월 한 달, 대학 역사상 최초 케네소 주립대학교가 11월 한 달 동안 모든 학부 및 대학원 지원자들의 입학 지원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이번 조치는 대학 역사상 최초로

존스크릭 도심 속 도시 ‘메들리’ 1단계 완공
존스크릭 도심 속 도시 ‘메들리’ 1단계 완공

29일 완공식…사무실∙주거∙소매공간 아발론 등과 도심 복합상업지구 경쟁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복합개발단지 ‘메들리’ 프로젝트 1단계가 완공됐다.메들리 프로젝트 개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0)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0)

장애인 연금 수급자의 안전한 자립과 직업 복귀를 돕는 '티켓 투 워크(Ticket to Work)' 가이드·부제: 혜택 중단 걱정 없는 시험적 근로(TWP), 의료보험 유지 및 신

[신앙칼럼] 랜섬(Ransom)의 정곡(正鵠), 실현된 종말론, The Bullseye of the Ransom: Realized Eschatology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창세기 Genesis 44: 33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남아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

이민단속 전담 지역경찰 급증…조지아 2천여명
이민단속 전담 지역경찰 급증…조지아 2천여명

전국 3만여 경찰관 이민단속업무287(g)통해 ICE∙지역경찰 협력↑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해 이민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 소속 경찰관 수가 최근 크게

조지아 아시아계 유권자 10년 새 2배 폭증
조지아 아시아계 유권자 10년 새 2배 폭증

등록 유권자 21만명 '캐스팅 보트'아태계 유권자 투표율 84% 증가  조지아주의 아시아계 유권자가 10년 새 2배 폭증하며 선거판을 흔들 ‘케스팅 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29

조지아 한인인구 10만5천명…전국 여섯번째
조지아 한인인구 10만5천명…전국 여섯번째

▪2025 연방 센서스 추산 통계조지아 한인 자가 소유율 67%가구당 중간소득은 10만달러미주 전체 한인 227만명 돌파   미국 내 한인 인구가 227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조지

버락 오바마 "중간선거, 트럼프 견제 마지막 기회"
버락 오바마 "중간선거, 트럼프 견제 마지막 기회"

애틀랜타서 오소프, 바텀스 지원 유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 조지아주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맹비난을 퍼부으며 중간선거를 그의 권력을 억제할 '마지막이

샤인커뮤니티, 스페셜올림픽 조지아 가을대회 입상
샤인커뮤니티, 스페셜올림픽 조지아 가을대회 입상

사이클 금 3·은 1 획득첫 출전 보체팀은 4위 둘루스 소재 샤인커뮤니티(The Shine Community) 스페셜올림픽 트레이닝센터 소속 선수들이 지난 10월 16일(금)부터

미쉘 강 후보, 주말 둘루스서 합동 선거운동
미쉘 강 후보, 주말 둘루스서 합동 선거운동

10월 31일·11월 1일 10AM, 2PM그라운드 게임 조지아 둘루스서  조지아주 하원 99선거구 민주당 미쉘 강(Michelle Kang)후보는 오는 10월 31일(토)과 11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