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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봄날은 가고 있는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4 07:42:28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봄날은 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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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봄이 깊어 가는 느낌이 물씬 난다. 날씨도 봄 기운이 질퍽하지만 나무마다 하루가 다르게 움을 틔우느라 분주하다. 움이 트고, 싹이 돋고, 꽃을 피워내다 보면 조금은 더 웃을 일이 많아질 것 같은 기대감이 봄 기운 탓인가 보다. 봄을 풀어서 읽어보면 비음, 오 미음이다.

언어학적으로도 봄이라는 뉘앙스가 ‘봄’ 하는 소리의 느낌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자의적으로 하게 된다. 봄의 의미는 ‘보다’와 ‘볻’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보다’는 씨앗이 땅을 뚫고 올라와 싹을 틔우고 꽃이 피는 섭리를 자세히 관찰하며 살펴보자는 ‘보다’의 의미와 ‘볻’의 고어로 씨앗, 태양을 뜻하는 말로 씨앗을 심는 시기요, 따스한 햇살을 받게 된다는 따스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 없이 맞는 봄이지만 매번 다른 상황에 얹혀 찾아 든다. 또한 겨울이 봄을 불러들이고 슬며시 떠나면서 봄과 마지막 악수를 나누는 순간적 때와, 다가오는 속도를 이해하려는 존재는 오로지 인간 뿐인 것 같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달구고 대지의 기운이 만상에 퍼지는 짧은 찰나를 보며 느끼며 반기는 것 또한 오로지 인간 생각이 유일한 까닭일 것이다.

유년에는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을 기다렸었는데 여학생 교복을 입고부터는 가을을 좋아하다가 문학소녀라는 말이 좋아질 무렵에는 낮보다 밤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인생 여정과 종국에는 짧은 인생임을, 순식간에 끝이 다가오는 인생임을 깨닫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어린 나이였기 때문인듯 하다. 나이를 들다 보니 아침이 반갑고, 봄이 좋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라서, 봄은 계절의 시작이라서 곧 희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 해의 시작이 1월이지만 계절의 시작은 봄이다. 봄이면 연한 녹색 새순이 솟아나고 연 록이 만발하면서 풍성한 가을을 꿈꾸게 해준다. 메마르고 굳어 있던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다.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시간은 언제나 가팔라 보이지만 시작을 보는 것으로 행복을 꿈 꾸며 결실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 계절도 흉내 낼 수 없는 봄의 신비요 세련된 운치요 격조 높은 맵시다. 봄 만의 독특한 멋을 오롯이 연출해내며 드디어 긴 견딤 끝에 수 많은 밑그림을 앞세우고 드디어 오늘 여기, 눈 앞에 한 폭의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지향이 봄의 멋과 닮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루터기에 앉아 눈을 감아 본다. 가만히 있어도 때가 차면 봄이 오고, 저절로 잎이 나고 푸르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는 겨우 내내 차디차게 언 땅에 뿌리를 두고 격렬한 과정을 그치며 살아내고 있었다. 봄은 저절로 겨울에 떠밀려 들어서는 것이 아니었다. 뿌리의 헌신과 이바지가 있었기에 봄이 찾아오기까지 견디어 온 것이다. 차갑게 얼어버린 땅에서 서로를 보듬고 어루만지며 기어코 푸름을 심어 초록으로 덧입혀 놓으려는 용기와 기백의 다짐이 있었기에 봄맞이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방인으로 이제금 뿌리내렸음을 감사로 삼으며 버티어 온 이 땅도 이제는 더는 두 다리 쭉 뻗고 살아갈만한 땅이 아니라는 불안이 감돌고, 어머니의 나라 조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봄의 전령이 봄을 흐드러지게 쉽게 얽힌 것을 끌러내어 풀어내지 못하고 흠칫 사방을 둘러보며 불안한 눈빛으로 보인다. 우리를 불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측 불가로 인류에게는 가장 취약한 약점이다. 

일관되지 않은 불안정한 지도자의 능력이 국민의 내면 세계에 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불안을 견뎌내기 위해 특정 생활 방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역력해 지고 있다.

크루즈 선상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은 이미 집단을 이루고 있다. 어떤 분들은 고국으로 역이민을 하려했는데 주춤거려진다는 하소연에도 익숙해져 있다.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특정 생활 방식, 즉 루틴에 집착하는 분위기 만연해 있다. 불안한 시대를 건너기 위해서 안전지대 보호막 찾기에 급급하고 있음이 또렷해 지고 있다. 올바름에 매달리려는 인류의 갈등이 인생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시대가 참으로 무례하다. 불안정한 존재로 몰고간다는 현실이 안정되고 정의롭고 평안이 확실한 곳을 찾게 되는 사회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시민권자들까지도 2025년에 실시될 보궐선거, 주지사 선거 등 예비선거와 총선거를 대비한 유권자 등록을 서둘게 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오늘도 무사히 통과해야 하기에 긴장하며 하루를 열게 된다.

지난 4월 4일은 헌정사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루어졌다. 헌재에서는 전원 일치 인용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다. 분명한 것은 분열과 갈등까지도 끝맺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 간의 모순된 충돌이 적대시를 빚어내고 반목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도록 정부와 입법, 사법부에서는 한층 성숙된 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남용, 오용했던 일부 국민들의 자숙도 성숙한 민주주의 기초 토대가 되는 계기의 근거로 삼으며 재외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게 될 성숙한 고국의 모습이기를 기대해 보려 한다. 

겨울을 견뎌온 나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자리에서 다시금 튼실한 뿌리를 내려 뻗어내는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새 순이 돋고 새 움을 틔우는 새로운 나무로 거듭나듯 부끄럽지 않은 새로운 세상이 기어코 오고 야 말 것이라는 아름다운 각오들이 무르익어가는 봄날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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