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2-19 14:25:23

삶과 생각, 박연실,수필가,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졌다.  되돌아갈지 아니면 내비게이션을 믿고 계속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산속의 해는 일찍 져서 날은 어둡고 산길을 되짚어 나가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저 모퉁이만 돌아서면 불빛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포기하기에는 억울할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가기로 결정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예약한 숙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차에서 하룻밤 지새면 그만이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먹을 것은 과자 몇 봉지와 물이 있으니 아주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옥수수밭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호텔이 불쑥 나타났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커다란 성처럼 생긴 건물이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은 하나도 없어 옥수수밭 사이에 솟은 뾰족한 지붕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래도 불이 켜있고 로비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누울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극한 상황까지 생각하다 호텔에 들어선 때문인지 욕심은 소박해 졌다. 

젊은 날에는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곤 했다. 가다가 차가 막히거나 휴가철에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미련 없이 되돌아 왔다.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간 적도 여러 번 있다. 미리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딱히 고생스러웠다거나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때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미있었다. 

육십을 넘으니 매사에 조심스러워졌다. 되도록이면 계획하고 준비하여 떠나려 한다. 그렇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쳐 난감해지기 일쑤다. 젊었을 때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힘과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곧바로 계획을 바꾼다. 지난 주말에도 바닷가에 가려다 중간쯤에서 점심만 먹고 집으로 왔다.     

이제 잘못된 길을 갈 확률은 많지 않으나 앞만 보고 가야하는 시점이라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변화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기에는 살아온 날이 적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꾸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애쓰며 살았고 매순간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에 망설임과 고뇌의 젊은 날을 보냈다. 그 시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후회나 미련으로 바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홀가분하고 좋다.  

 요즈음은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싫은 일은 줄이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 마음이 즐거운 일을 찾아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에 정성 들여 시간을 쓰니 지루하거나 싫증이 나지 않는다. 맑은 정신으로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일랜드 극작가이며 비평가였던 조지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가 가끔 생각나면 웃음이 난다. 학창시절, 정확한 의미도 모르면서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어쩐지 나도 그렇게 살게 되리라 예감했다. 

 육십이 넘어서도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사는 것은 서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다 갈 것 같다. 내 묘비명은 무어라 쓸까. “이리저리 길 찾아 헤매다 너무 멀리 왔네”가 적당하려나. 

<박연실 수필가>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현대 트랜시스, 웨스트포인트 공장 대대적 확장
현대 트랜시스, 웨스트포인트 공장 대대적 확장

5억6천만달러 투자…320명 고용하이브리드 변속기 생산능력 확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 트랜시스가 5억 6,000만달러를 투자해 웨스트포인트 공장 생산시설 확장에 나선다.

트럼프, 선거 전 조지아 온다…공화 후보들 셈법 복잡
트럼프, 선거 전 조지아 온다…공화 후보들 셈법 복잡

AJC“최대 두차례 방문 가능성”잭슨-중도층 표심 공략에 부담 콜린스-마가 지지층 결집 기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두 차례 조지아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정차 중 스쿨버스 통과 벌금 1천달러 확산
정차 중 스쿨버스 통과 벌금 1천달러 확산

체로키 이어 홀 카운티도 시행 정차 중인 스쿨버스를 불법으로 통과한 차량에 대한 고액의 벌금 부과가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홀 카운티는 8월과 9월 계도기간을 거쳐

유명 어린이 그네  11만개 리콜
유명 어린이 그네 11만개 리콜

아마존 판매 페이스어스 제품좌석파손으로 추락∙부상 위험  유명 어린이용 그네 제품에 대해 대량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전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최근 페이스어스(Pacee

〈한인마트정보〉마트마다 고국 지역특산물전∙초특가전 ‘풍성’
〈한인마트정보〉마트마다 고국 지역특산물전∙초특가전 ‘풍성’

남대문마켓정육코너에서는 부채살 스테이크 LB 9.99, 뼈 있는 통목살 LB 1.99, 뼈 있는 닭다리살 패밀리 LB/팩0.79, 염소 한마리 LB 5.99에 판매된다.해산물코너에

조지아 전역 주 비상사태 선포
조지아 전역 주 비상사태 선포

켐프 주지사 8일 발표…15일까지허리케인 ‘이사이아스’ 접근에 따라   허리케인 이사이아스의  주말 걸프 연안 상륙과 함께 조지아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지아 전역에

[신앙칼럼] 화원에 꽃이 핀다 (Flowers Bloom in the Flower Garden)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골로새서(Colossians) 3:15–17시간의 수레바퀴는 어김없이 돌아 봄의 푸르름과 여름의 무성함, 그리고 가을 들녘을 분홍빛으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7)

SSI 수급자의 차량 소유와 자산 한도: 한 대는 전액 면제, 두 대부터는 박탈 위험사회보장국(SSA) 감사 보고서로 본 차량 소유 규정과 자산 방어 전략  천경태 (금융전문가) 

엉뚱한 집 급습해 총 겨눈 FBI… 법원 “면책권 없다”
엉뚱한 집 급습해 총 겨눈 FBI… 법원 “면책권 없다”

9년전 애틀랜타 주택 오인 급습 사건법원 “피해가족, 정부 상대 소송 불가요원 상대 권리 침해 소송은 인정” 연방수사국(FBI)이 주소를 착각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애틀랜타의 한

브래즐턴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
브래즐턴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

식수원 저수지 펌프 고장수돗물 미생물 오염 가능성 브래즐턴 지역에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이 내려졌다.  브래즐턴 당국은 8일  식수원 중 한 곳인 베어크릭 저수지 펌프 고장으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