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일 아니다’ 인식 변화
한국 윤석열 정부가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2027년까지 1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 전문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정서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한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기독교계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엠브레인 트랜드 모니터의 ‘한국인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인식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3명 중 1명 이상이 우울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나는 요즘 우울감 등을 많이 느낀다’라는 질문에 36%의 성인(19~59세)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한국인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고르게 나타났는데 자녀의 나이가 어리거나 생활고를 겪는 경우 우울감을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취학 자녀를 둔 성인 중 43%가, 생활고를 겪는 성인 중에서는 51%가 최근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을 감추고 싶은 증상으로 여겼지만, 우울증이 만연하면서 이런 인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 성인 대부분이 우울증은 더 이상 쉬쉬할 일이 아니다(88%), 우울증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87%)라는 생각을 밝혔고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살 충동과 같은 심각한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자살 동기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 등 정신 장애(33%)가 가장 많았다. 이어 대인 관계(17%), 말다툼·싸움(8%), 경제문제(7%), 학업·직장 문제(6%) 등의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한국인도 15%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 중 16%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해 남성(13%)보다 자살 충동을 많이 느꼈다.
나이별로는 생활 문제와 고독감을 많이 경험하는 고령(40~70대)일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이 젊은 층보다 많았다.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로는 경제·가정 생활의 어려움을 꼽은 한국인이 가장 많았고 외로움과 고독 등 정서적 어려움, 신체적 질병, 직장 내 문제, 학업 및 진로 문제 등에 의한 자살 고민도 많았다.
이들의 자살 충동이 다행히 자살을 시도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주변 사람의 영향이 가장 컸다. 자살 충동을 느꼈으나 가족이나 연인이 슬퍼할 것 같아서 극복했다는 답변이 57%로 가장 많았고 죽는 것이 두려워서(31%),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돼서(16%), 현재 하고 있는 일 때문에(10%) 등도 자살 시도 극복에 도움이 됐다. 한편 자살 충동자 10명 중 6명은 안타깝게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자칫 자살로 이어질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