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생기는 심한 만성 염증으로 복통·설사·혈변·체중 감소 등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20~40대 젊은 환자들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10대에서 발병하는 사례도 많다. 염증성 장 질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에 식이·면역·장내 세균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는 “염증성 장 질환은 병명 때문에 흔히 일반적인 장 질환을 떠올리기 쉽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며 “일반 장 질환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장염으로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나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6개월 이상 장시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궤양성대장염·크론병·베체트장염 등이 대표적
염증성 장 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크론병·베체트장염 대표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에서 결장까지 대장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에만 얕은 염증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증상은 설사와 혈변, 점액변, 급박변, 뒤무직(tenesmus·배설 후 남는 불쾌한 동통) 등이 있다. 특히 직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 변비나 잔변감이 있을 수 있고 만성 출혈로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발병하고, 염증이 장벽 전층을 침범하기에 깊은 염증과 궤양이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증상기에는 복통·설사·체중 감소·오심·구토·발열·야간 다한증·전신 허약감·직장 출혈 등이 나타난다. 특히 국내 크론병 환자의 약 절반은 항문 주위 병변을 동반한다.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치루가 생기기도 한다. 또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장관 누공이 생길 수 있고, 장폐색이 나타날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 외 증상으로 관절통·관절염 등이 동반되기도 하고 피부·눈·간·콩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이 생기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장내 미생물, 대장 벽의 면역학적 이상, 유전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식습관,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흡연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흡연은 크론병 발생을 촉진하고 흡연자라면 수술 후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크다.
베체트장염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같이 원인 불명의 만성적 장염의 일종으로 베체트병이 소장이나 대장에 염증이나 궤양 형태로 나타난다. 아시아 인종에서 흔하며 원인 모를 장염과 궤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심할 수 있고 만성적인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한 관리로 관해(자타각적으로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재발을 줄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극복해내야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치료 후에도 금연·금주·식습관 조절 등 생활 습관 유지해야
염증성 장 질환은 증상, 내시경 및 조직 검사, 혈액검사, 영상 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한다. 가장 기본적이며 꼭 필요한 검사는 대장 내시경검사다. 내시경으로 장 내부 변화를 관찰하고, 조직 검사는 염증성 장 질환과 다른 종류의 대장염과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또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혈액검사, 대변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핵심적인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주로 사용하는 약물은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제(부신피질호르몬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폐쇄·협착·천공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에 약물 치료 후 관해(remission)가 돼도 금연·금주·식습관 조절 등의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해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부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과민성장증후군·장염·치질 등으로 오인하고 진료를 미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혈변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영양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장 폐쇄·협착·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