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이상 변동 ‘들쑥날쑥’…14일에도 무려 24.5원 급락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들쑥날쑥하면서 극심한 변동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루 3~5원씩 등락폭에 그치고 있지만 하루 10원 이상 차이를 보이는 날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에 민감한 한인들 사이에선 환전 타이밍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사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4.5원 떨어진 1,295.4원에 마감했다. 개장부터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3.9원이나 급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하기도 했지만 역외 매도가 강하게 나오면서 줄곧 1,290원대에서 움직였다. 이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내년 3번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에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를 비롯한 물가 지수 등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환율은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일에서 6일까지 3거래일 연속해서 원화 환율이 10원 넘게 하락했다. 특히 3일에는 1,342.9원에서 1,322.4원으로 20.5원 줄었고, 6일에는 1,322.4원에서 1,297.3으로 25.1원이나 떨어졌다. 당시 미국 고용 지표가 위축된 것으로 나오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탓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달 11일엔 환율이 1,326.5원으로 마감되면서 전일에 비해 9.7원이 올랐다. 이날은 반대로 미국 고용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 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커졌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번 달의 하루 평균 달러 대비 원화 변동 폭은 각각 8.2원과 8.7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서 10월까지 1일 평균 변동 폭은 각각 5.4원, 5.5원, 3.5원, 5.8원인 것과 비교하면 3~5원가량 높아졌다. 지난달 이후 1일 변동 폭이 10원을 넘는 날은 10거래일로 전체(30거래일)의 3분의 1이나 된다.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주로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따른 것이지만, 고용 지표가 엇갈리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전망도 동결과 인하 사이를 오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가 안 좋으면 원화가 약세가 되고 반면 한국 경제가 좋아지면 원화가 강세가 된다.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사이 환율에 민감한 한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거나 한국에 송금을 해야하는 미주한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1,300원 이상의 ‘강달러’를 선호한다. 반면 LA를 비롯한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이나 한인 유학생들은 ‘약달러’를 선호하지만 출렁거리는 환율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인 유학생 김모씨는 “요즘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환율을 검색하고 있다”며 “환율이 10원 넘게 변동하면 한국에서 보내는 생활비의 송금액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파트너와 거래하는 한인 상공인들도 환율 변동에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너무 크다 보니 결제일을 정하는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친지에게 달러를 송금하는 일반 한인들도 가급적 원화 환율이 덜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날에 송금을 하기 위해 ‘송금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한인 이모씨는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 송금을 늦췄는데 갑자기 급락하고 있어 후회하고 있다”며 “매일 환율 시세를 들여다 보면서 1,300원대가 넘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