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 합병, 30일 이사회 결정 ‘분수령’
국내 메가항공사가 탄생하느냐,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서느냐. 국내 항공업계‘빅2’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의 기업 결합이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경쟁 이슈 당국의 요구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자신의 꿈인 국내 첫 메가항공사 탄생을 위해 피(被)인수 기업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동의하면 EU의 승인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반대하면 합병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를 따로 떼 내 팔지를 따져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는 해외 필수 심사국 중 가장 넘기 어려운 벽으로 꼽히는 EU 측 승인을 받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앞서 EU 당국은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유럽~한국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독점(경쟁제한)이 우려된다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승인을 받기 위해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과 화물사업부 매각 카드를 꺼냈다.
항공 화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국내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을 빼고 화물 노선을 가진 항공사가 없고 아시아나의 비행기 중 70% 이상이 중·대형기와 화물기인 까닭이다. 특히 항공화물 수출량은 전체 비중의 0.5% 미만인데도 수출액은 30~40%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사내이사 두 명과 사외이사 네 명인데 과반인 네 명이 찬성하면 대한항공은 시정안을 그대로 낼 수 있지만 세 명이 반대하면 빅딜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놓고 아시아나 내부에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업계와 회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전임 사장단은 “회사를 분리 매각하면 회사와 주주의 가치를 떨어뜨려 배임 소지가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당초 통합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화물 사업을 내놓더라도 이번 빅딜이 성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느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기존에 투입한 3조6,000억원대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며 “아시아나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기 글로벌 물류 대란의 반사 이익으로 누린 항공화물 사업의 호황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회사의 화물기 11대는 연식이 30년을 전후할 정도로 노후화했다는 점 아시아나의 부채(12조원) 중 일부를 화물 사업 인수자가 떠안아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가격에 팔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필사적이다. 이미 수천억 원의 자문 비용을 들여 미국·유럽 등에서 법률 및 컨설팅 업체를 통해 배임 등 쟁점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화물 사업부 매각 결의는 합리적 경영 판단의 범위에 들어 있고 아시아나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우려하는 고용 유지에 대해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때 인수 회사에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10월 중 이사회를 열고 EU 당국에 시정 조치안을 낼 계획이다.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