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대명사 ‘고프로’ 신작 써보니
지난달 23~24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평창에는 검은색의 작은 카메라와 거기에 붙인 손잡이를 들고 나온 이들이 잔뜩 모였다. 휴대성이 강한 영상촬영용 카메라, 일명‘액션캠’의 대명사인‘고프로’가 실제 카메라를 써볼 수 있도록 아웃도어 스포츠 행사‘고프로 포레스트 리그’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이어진 행사에서 참가자 2,090명은 산 정상에서 기슭까지 진행된 달리기 경주에 참여하거나 장애물 넘기, 반려견과 함께하는 장애물 달리기·원반 던지기 경기 등에 나섰다. 어린이들은 꼬마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져온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인플루언서는“평소 고프로를 이용해 영상을 자주 제작해 왔는데 이곳에선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올해 ‘고프로 포레스트 리그’ 행사는 9월 7일 출시된 고프로의 신제품 ‘히어로12 블랙’의 홍보를 겸했다. 또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 계곡에서 매년 열리는 야외 액티비티 행사 ‘고프로 마운틴 게임’의 유일한 해외 확장 행사이기도 하다.
한국 내 현지화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고프로 관계자는 “고프로 본사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고프로를 생각하면 재밌다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몸은 흔들려도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액션캠은 흔히 ‘손떨방(손 떨림 방지)’으로 불리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지만 여전히 독자적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본래 산악자전거 같은 격렬한 스포츠와 어울리지만 달리기 같은 비교적 평범한 아웃도어 활동에도 쓰임새가 쏠쏠하다. 특히 고프로는 사실상 액션캠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많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프로의 도움을 얻어 새로 출시된 제품 ‘히어로12 블랙’을 현장에서 써봤다. 기자는 영상 촬영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지만 사용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디자인에 무게는 154그램(g)으로 가벼웠다. 또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녹화가 시작되고 다시 누르면 끝나는 점도 편리했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놓치기 쉬운 짧은 순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 깨끗한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게 고프로의 최대 장점이다.
손떨방으로 잘 알려진 ‘하이퍼스무스’의 위력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흔들리는 케이블카 안에서 풍경을 촬영해 보니 카메라가 기울어지더라도 화면은 수평을 최대한 유지했다.
고프로 관계자는 “촬영할 때 영상 내에 들어오는 것보다 더 넓은 영역을 확인해 분석하고, 카메라 자체가 흔들리더라도 이미지는 촬영하고 있는 영역을 꾸준히 포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의 짐벌(수평유지장치)이 없어도 전문가가 촬영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SNS 시대 최적화…스마트폰 ‘세로 영상’도 손쉽게
고프로 측은 전작인 ‘히어로11’에 없었던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촬영이 추가되면서 영상의 품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HDR은 화면을 분석해 명암 범위와 색상을 눈에 보이는 것에 가깝게 재현하는 기술로 비교적 어두운 환경에서도 특별한 조정 없이 풍경을 비교적 또렷하게 영상으로 남길 수 있었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것도 쉽게 느껴졌다. 우선 촬영 단계부터 ‘쇼트클립’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9대 16 비율의 세로 영상을 따로 편집하지 않고도 바로 찍을 수 있었다. 또 짧은 시간을 느리게 촬영하는 슬로모션이나 긴 시간을 촬영한 후 짧은 시간에 압축하는 타임랩스 기능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자체 모바일 앱 ‘고프로 퀵’을 이용하면 고프로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쉽게 연결한 뒤 전송할 수 있었다. 퀵은 기본적 영상 편집 기능을 갖추고 있어 원하는 만큼 앞뒤를 잘라내거나 서로 다른 영상을 붙여 편집하는 것도 즉석에서 가능했다.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별도 저장 공간에 넣어 컴퓨터로 옮기고 재편집하는 과정이 번거로운 편인데 이를 상당 부분 축소해 영상을 찍는 즉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발열 문제 등으로 장시간 촬영은 어려워
고프로 히어로12 같은 액션캠은 순간 활동을 포착하는 데 특화한 카메라다. 이 때문인지 사용하는 동안 장시간 촬영은 다소 무리인 것처럼 느껴졌다. 영상을 길게 찍으려 시도했을 때는 기기가 쉽게 뜨거워지는 편이었고 자연히 배터리 소비도 빨랐다.
고프로 측은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이번 제품에는 ‘전력 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해 전 제품 대비 촬영 시간이 최대 두 배로 늘어났다고 밝히면서 최고화질(5.3K 울트라HD) 해상도에서도 70분까지 연속 촬영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영상 촬영이나 편집이 쉽다고는 하더라도 아직까지 기본 영상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다양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프로 측은 현장에서도 히어로12 사용에 앞서 추천할 만한 설정을 몇 가지 안내하기도 했다. 그래도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올리는 시대에 고프로의 액션캠은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매력을 느낄 만한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평창=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