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 복수국적 피해 막을 ‘원정·이민출산’ 구분
비합리적 한국 국적 상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원정 출산과 이민 출산을 구분해 국적 자동 상실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한국 국회에서 마련됐지만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제대로 상정도 되지 못하고 있어 한국 정치권이 재외 한인사회의 가장 시급한 이슈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치권 인사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온 립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국적법 독소조항들을 실제로 개정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홍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이 국적법 개정안은 한국 국적법에 제14조2(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특례)의 1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설 조항은 ‘외국에서 출생한 사람(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사람은 제외한다)으로서 출생 이후 17년 이상 계속하여 외국에 주된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는 국적선택기간이 지난 때에 출생일로 소급하여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된다. 다만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자는 이 규정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국적법 개정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는 이 개정안이 남녀의 구분이 없고 한국에 출생신고를 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적용되며, 출생일로 소급하여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되기에 2세, 3세 자녀의 ‘복수국적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전 변호사는 국회 법사위 전 수석 전문위원과 법적 상의도 마친 법안이라며 하루 속히 발의돼 부칙 수정 등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공식 상정하기 위해 필요한 10명의 공동발의 의원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 공식 빌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재외공관 국정감사차 미국을 방문한 김홍걸 의원이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 가장 예민한 ‘병역기피’ 건을 돕는 걸로 오해하거나, 정치인의 경우 공격의 빌미가 될까 봐 공동발의를 꺼린다”면서 “이런 오해를 풀어야 공동발의가 가능하고 국회까지 갈 수 있기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내년 5월 말이면 이번 국회의 회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 새로 시작해야 하기에 이번 회기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동포 차세대의 선천적복수국적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미주한인동포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한국에서 대다수의 일반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활동과 홍보,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문제는 여야의 입장을 떠나 함께 공조하고, 정부도 해결의지를 갖고 나서 750만 해외동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어야 할 문제”라며 “현재의 선천적복수국적법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진단했다.
외국 거주 자국 동포들을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처럼 한국도 글로벌 시대에 한인 2세, 3세들을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형석·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