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소재지 선정 왜 미뤄지나
6월 초 출범을 앞둔 재외동포청 청사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재외동포사회에서는 교통 등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한 동포 관련 업무와 민원을 일괄로 조율해 처리하기 위해서는 종합청사가 있는 곳에 입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동포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월27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로 인천, 광주, 제주, 안산, 고양, 천안 등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한인총연합회는 일찌감치 인천 유치를 지지했고, 인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동포사회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지난달 23일 재외동포재단이 한인회·한인 경제단체·한글학교 등 동포사회 대표적 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재외동포청 소재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논란은 불거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서울을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14%는 인천을, 10%는 경기를 택했고, 그 외의 지역은 6%로 나왔다.
유럽한인총연합회는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려는 각 도시의 제안이나 정책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며 조사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재일동포 중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 여건이 단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동포청을 외교부 인근인 서울 광화문에 설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3월29일에는 미국 내 현직 및 직전 한인회장들의 모임인 미주현직한인회장단협의회(회장 로라 전)가 ”미주 동포들은 동포청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설립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로라 전 회장은 ”업무 효율성, 방문 접근성, 민원 처리 편의성, 그리고 상징성까지 고려하면 서울이 최적지라는 것이 미주 지역 한인회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동포들의 방문 편의성을 무시하면 제주에 있는 재외동포재단처럼 동포들이 찾지 않는 기관이 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017년 7월 동포재단이 제주로 이전한 후 5년 동안 제주본부를 방문한 동포인사는 채 40명이 안 된다. 한 달에 한명도 안 온 셈“이라며 ”그동안 재단을 찾은 외교부 수장도 지난해 박진 장관이 처음이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이사장은 ”재단 방문을 위해서는 입국 후 국내선 항공편을 한 번 더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동포재단이 제주로 이전해 놓고도 서울사무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재외동포들은 대부분 서울에 머물면서 볼일을 보고 있다“며 ”정책 수혜자인 동포들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이라면 당연히 접근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과천·대전·세종 등 4대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지역에 설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전 재외한인학회장인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청사가 없는 곳에 들어설 경우 임대료가 발생하므로 불필요한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동포청이 국방·세무·교육 등 동포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는 ‘원스톱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통신망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므로 보안이 잘 돼 있는 청사 입주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4일 대변인실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재외동포와 국민 및 국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소재지를 정해나갈 것“이라며 ”외교부가 결정하는 형식이지만 관계부처, 대통령실 등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