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전반에만 4골 허용…데뷔전 백승호 추격골
12년 만에 16강 진출했으나 브라질의 벽 앞에 무릎…대회 마무리
한국 축구가 세계 최강 브라질의 한 수 위 개인 기량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아쉽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 꿈을 접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백승호(전북)의 만회 골이 터졌으나 결국 1-4로 졌다.
한국은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7분 만에 수비가 뚫리면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13분에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페널티킥으로 추가 골을 빼앗겼다.
이후 전반 29분 히샤를리송(토트넘)에 이어 전반 36분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까지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국은 후반 20분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가 후반 31분 추격 골을 터트린 뒤 상대를 몰아붙여 봤지만 이미 크게 기운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H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고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은 조 2위로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 2-3으로 져 탈락 위기에 처했으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버틴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극적으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우루과이에 다득점에 앞서 조 2위로 16강 진출을 이뤘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르기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대회를 포함해 통산 세 번째였다.
벤투호는 기세를 몰아 카타르에서 원정 대회 사상 첫 8강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위(한국 28위) 브라질의 벽은 너무 높았다.
소속팀에서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은 뒤 안면 보호대를 쓰고 그라운드를 질주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 투혼을 펼치며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서왔지만, 브라질마저 넘어서지는 못했다.
브라질은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누른 크로아티아와 10일 오전 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4강 진출을 다툰다.
벤투 감독은 이날 브라질을 맞아 손흥민(토트넘)과 조규성(전북)을 최전방에 세운 4-4-2 전형으로 나섰다.
허벅지 뒤 근육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한 뒤 포르투갈과 3차전(한국 2-1 승)에 교체 투입돼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서 이재성(마인츠)과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중원에서는 황인범과 정우영(알사드)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라인에는 왼쪽부터 김진수(전북), 김영권(울산), 김민재(나폴리), 김문환(전북)이 서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샤바브)가 꼈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 여파로 포르투갈전에 결장했던 김민재는 다시 전열에 합류했다. 김영권은 100번째 A매치를 치러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2승 1패, G조 1위로 16강에 오른 브라질은 세르비아와 1차전에서 발목을 다쳐 조별리그 2, 3차전에 결장한 '슈퍼스타' 네이마르가 선발 출전했다.
하피냐(FC바르셀로나)와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히샤를리송, 그리고 비니시우스가 공격 삼각편대를 구성했고, 네이마르가 카제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케타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포백은 다닐루(유벤투스), 마르키뉴스(파리 생제르맹), 치아구 시우바(첼시), 에데르 밀리탕(레알 마드리드)으로 꾸렸고, 골문은 알리송(리버풀)이 지켰다.
이날 경기의 균형은 전반 7분 만에 무너졌다.
하피냐가 개인기로 한국 수비를 뚫고 페널티지역 안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중앙으로 내준 공이 골 지역 왼쪽에 홀로 있던 비니시우에게 연결됐고, 비니시우스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한국은 전반 13분 네이마르에게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허용했다.
앞서 정우영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려 할 때 히샤를리송이 뒤에서 발을 쭉 뻗었다가 정우영에게 차였는데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는 골키퍼 김승규를 완벽하게 속이고 골대 오른쪽에 차넣어 이번 대회 첫 골 맛을 봤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17분 황희찬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을 골키퍼 알리송이 가까스로 쳐내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코너킥 때 황인범의 왼발 중거리 슛은 골문 위로 날아갔다.
이후 전반 29분에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에 우리 수비가 흔들리면서 세 번째 골까지 내줬다.
히샤를리송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헤딩 등으로 공을 간수한 뒤 짧고 간결한 원터치 패스가 이어졌고, 시우바의 침투패스에 김승규와 일대일로 맞선 히샤를리송이 골문 앞에서 왼발로 마무리 지었다.
브라질은 전반 36분 역습 상황에서 비니시우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살짝 띄워준 공을 파케타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전반이 끝나기 직전 한 번 더 한국 골문을 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하며 김진수와 정우영을 빼고 홍철(대구)과 손준호(산둥 타이산)를 투입했다.
그러고는 최전방에 조규성만 남기고 손흥민을 왼쪽, 황희찬을 오른쪽, 이재성을 가운데로 옮겼다.
한국은 후반 2분 상대 수비 실수로 손흥민이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페널티 지역 안 왼쪽에서 오른발로 슈팅한 공이 골키퍼 팔에 맞고 코너 아웃됐다. 가장 결정적인 득점기회가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후반 9분과 17분 하피냐의 슈팅을 김승규가 선방해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20분 황인범을 불러들이고 백승호를 내보냈다. 백승호의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었다.
후반 29분에는 이재성을 이강인(마요르카)으로 바꿔 공세를 이어가던 한국은 결국 후반 31분 브라질 골문을 열었다.
이강인이 상대 왼쪽 측면에서 차올린 프리킥을 브라질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냈으나 볼은 페널티아크 앞에 있던 백승호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백승호가 왼발로 잡아놓고 왼발 슛으로 브라질 골대 오른쪽에 꽂았다.
백승호의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브라질에는 조별리그 카메룬전(0-1 패)에 이은 이번 대회 두 번째 실점이었다.
한국은 후반 40분 조규성 대신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내보내며 이날 쓸 수 있는 교체 카드를 모두 쓰고 끝까지 싸워봤다.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다닐루, 비니시우스, 알리송, 네이마르를 차례로 교체하며 힘을 뺀 브라질의 골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