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달러당 120원 떨어져… 한인들 희비
올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수였던 ‘킹달러’ 바람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 특히 주요국 통화 중 한국 원화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원화의 추가 강세가 유력한 만큼 바뀐 환율에 적응해야 할 때다.
1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1원 내린 달러당 1,299.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00원 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8월5일(종가 1,298.3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7.8원 내린 1,301.0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1,290원대를 하향 돌파하기도 했다. 이어 2일에는 전날 종가보다 3.8원 오른 1,303.5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1,300원대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은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때문이다. 전날인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네 차례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서둘러온 긴축 의지와 대비되는 것이어서 글로벌 외환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결과적으로 달러 약세는 세계 주요국 통화 모두에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105.44를 기록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해 고점을 찍었던 지난 9월 28일(114.78)과 비교하면 8%가 넘게 빠진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달러인덱스가 5.2% 떨어지면서 2010년 9월 이후 최대 월간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의 가치 상승이 두드러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8.06% 반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엔화(약 7% 상승)와 함께 주요국 통화 중 상승폭이 가장 높은 것이다. 올해 들어 강달러 국면에서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유독 컸는데 최근 흐름이 바뀌자 반대로 상승폭도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약달러·원화강세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연준이 12월 중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실제로 낮추면 한 번 더 달러 약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의 FOMC 속도 조절 가능성 발언은 시장의 위험 선호 현상을 부추겨 안전자산인 달러의 약세를 초래했다”며 “12월 0.5% 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 됐고 달러는 강세 모멘텀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경의 급변은 한인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유학생과 주재원들은 한때 달러당 1,440원까지 환율이 치솟으며 엄청나게 처졌던 환전 부담이 상당폭 덜어져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반면 그동안 강달러 효과로 한국 방문이나 여행시 재미를 봤던 미주 한인들의 달러 파워는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라 특히 환율과 민감한 한인 무역·관광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임을 인지하고 사업 운영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