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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에 결혼은‘나쁜 거래’… 성평등 없이 출산율 반등 없다

한국뉴스 | | 2022-10-04 10:56:40

한국 여성에 결혼은 나쁜 거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5년 연속 최저치 경신, 합계출산율 0.75명(올해 2분기)’이라는 한국의‘기록적’ 저출생 현상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걱정을 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현재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약 71%에서 46%로 주저앉을 전망이다.“이대로 가면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사회는 저출생 원인으로 높은 주거비와 양육비 등‘돈 문제’를 지목하고 현금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 넘는 정부 예산이 저출생·고령화 해소를 명목으로 투입됐지만, 효과는 없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

 “고학력 여성들에게 가사·양육 전가

한국 여성, 결혼·출산 기회비용 너무 커

한국 남성, 매력적 배우자로 보이지 않아”

한국 여성에 결혼은‘나쁜 거래’… 성평등 없이 출산율 반등 없다
한국 여성에 결혼은‘나쁜 거래’… 성평등 없이 출산율 반등 없다

 

“한국 저출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다. 세계에서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들에게 가사 노동과 양육을 전적으로 부담시키고, ‘여성이라면 힘든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은 건 당연하다. 한국이 성평등을 이루기 전까지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다.”

한국사회가 헤매는 사이 미국의 국제 경제 전문가가 이 같은 통렬한 분석을 내놨다.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사진)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이다. 

그는 ‘팬데믹의 장기적 영향: 한국의 재정 및 출산율 전망’(2021년 6월)과 ‘한국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가 지속되는 이유’(올해 7월) 등 한국의 출산율을 집중 조명한 논문을 PIIE를 통해 연달아 발표했다.

20년 넘게 사회 시스템과 경제 문제를 연구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이 인용하는 저명한 전문가가 한국 상황에 주목한 건 왜일까. 한국의 저출생이 연구 사례로 삼을 만큼 속도가 빠르며 원인이 독특하다는 뜻이다. 

다음은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과 이메일 인터뷰로 나눈 일문일답.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저출생 원인으로 분석한 한국 정부와 달리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유가 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엔 실소득 대비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이 한국보다 많으면서도 출산율이 더 높은 나라들이 있다. 경제적 이유가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의 특수성을 들여다보니, ‘한국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나쁜 거래(Bad deal)’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혼이 왜 ‘나쁜 거래’인가.

“25~34세 한국 여성의 고등교육 비율은 2019년 기준 OECD 1위(76%)다. 경제적 자립도도 높다. 그런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나면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고, 독박 가사·육아에 시달린다. 경력 단절과 고된 노동이 출산한 여성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 여성의 결혼·출산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

OECD가 19일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한국 남성은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고용될 가능성이 큰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고용될 가능성이 낮았다.

-‘성차별적 사회구조가 문제’라는 기사를 한국일보가 지난달 썼더니, “한국 가부장제는 개선되고 있다”, “여성의 삶이 더 고됐던 과거에 출산율이 더 높았다” 같은 반박이 돌아왔다.

“그건 ‘여성은 힘든 삶을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 반응이다. 출산율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인구가 빠르게 줄고 경제도 둔화할 거란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한국 여성이 결혼과 출산 여부를 결정할 능력은 계속 커질 텐데, 이런 낡은 정서는 가족 꾸리기를 단념하게 만들 뿐이다.”

-PIIE 논문에서 ‘한국의 청년 결혼시장 불균형’(성별 인구 차이와 교육수준 격차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원하는 결혼 상대를 찾기 어려운 현상)도 저출생의 원인으로 짚었는데.

“남아 선호 탓에 청년 남성 인구는 청년 여성 인구보다 많지만, 고등교육 과정 수료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한국 남성 상당수는 한국 여성에게 매력적인 배우자로 여겨지기 어렵다. 일을 하면서 가족도 꾸리고 싶은 여성이 배우자로 원하는 남성, 즉 ‘교육 수준이 높으면서 가사·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하는 깨인 남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논문에 나온 ‘단기간에 결혼시장 불균형 해소는 어려우니 ‘이민 결혼’을 장려하자’는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한국의 ‘이민 결혼’은 결혼 상대를 못 구한 한국 남성과 결혼하러 오는 가난한 아시아 여성의 결합인 경우가 가장 많다. 한국 정부도 이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결혼 상대를 못 구한 한국 여성의 수요는 충족되지 않고 있다. 저출생의 근본적 해결책인 ‘성평등 실현’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한국처럼 저출생이 심각하다면, 새로운 접근을 주저해선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부모와 양육 조력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부모 급여’, ‘육아 조력자 돌봄수당’ 등을 발표했는데.

“현금 지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임금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우선 재정적으로 부족하다. 더구나 일을 함으로써 얻는 직업적 만족감은 보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출생률이 높은 선진국은 ‘비혼 출생률’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 결혼한 커플, 이른바 ‘정상 가족’의 출생률 올리기에만 집중한다.

“비혼 출생을 늘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을 것이다.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비혼 출생률이 높다는 것은 ‘출산을 결정할 때 결혼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서도, 혹은 동성·비혼 커플끼리도 얼마든지 아이를 낳거나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충분한 정부 지원,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 환경, 포용적인 법적·사회적 분위기 등이 중요하다.”

그의 조언과 반대로 여성가족부는 이달 24일 사실혼 및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한국사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여성이 일과 가정의 병행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사·양육 분담과 관련해 한국사회가 성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 성평등을 이루기 전까지 획기적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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