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유화 분당서울대병원 흉뷰외과 교수
# 고3 남학생 A군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다. A군은 모의고사 준비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가 잠드는 일이 자주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A군은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함께 숨을 쉬기 힘들었다. 바로 양호실에 누워 휴식을 취했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흉부 엑스선 검사를 받은 A군은 일차성 기흉을 진단받고 흉부외과에 입원했다. 이후 A군은 흉관삽입술을 받고 이틀 뒤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그러나 A군은 한 달 뒤쯤 자습 중 같은 부위의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증상을 다시 느껴 바로 응급실에 내원했고 흉부 엑스선 검사 결과 재발성 기흉으로 진단받았다.
다시 입원한 A군은 폐절제술을 시행받고, 이후 재발 없이 무사히 수능까지 치를 수 있었다.
■기흉의 증상
기흉이란 폐 표면의 기낭이 터져 폐 내 공기가 폐 밖으로 새어나오면서 흉강 내 공기가 차 폐를 압박하는 질환입니다.
기흉이 발생하면 환자는 갑작스러운 가슴통증 또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겪는데, 이때 가슴통증에 대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듯 아프다”, “등쪽이나 어깨 방향으로 담이 걸린 듯 아프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호흡곤란은 기흉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경미한 정도의 호흡곤란이 나타납니다. 반면, 기흉의 정도가 매우 심해 종격동을 반대쪽 폐방향으로 밀어내는 긴장성 기흉으로 진행되면 숨쉬기가 매우 힘들고 산소포화도와 혈압의 저하가 동반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흉강 안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거나 자세 변화에 따라 흉강 내 물질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기흉의 원인
일반적인 기흉은 발생하는 원인에 따라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차성 기흉은 기저 폐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기흉이며,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을 가진 젊은 남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일차성 기흉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장 시 폐 첨부에 물집 같은 기포가 만들어진 후, 흉강 내 압력이 증가해 저절로 기포가 터져 폐에서 공기가 새나와 기흉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원인을 아직 모르는 일차성 기흉과 달리,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기종 등 기저 폐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에게서 기흉이 발생할 때 이차성 기흉으로 진단합니다. 이 질환은 60대 이후의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오랜 흡연이나 기저 폐질환으로 인해 폐의 기포가 얇아지고 폐 표면에 구멍이 생겨 발생합니다.
■기흉의 진단
기흉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폐 밖으로 새나온 공기에 의해 폐가 눌려 있는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혹 환자 보호자들이 정밀검사를 요구하며 흉부 전산화 폐단층 촬영(CT)를 요구하는데, 이는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도 기흉을 진단하기 어렵거나 수술 계획을 잡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기흉의 치료
기흉 치료의 원칙은 흉강 내로 누출돼 폐를 압박하는 공기를 제거하고 눌려 있는 폐를 원상태로 펴지게 하는 것입니다.
흉부 엑스선 검사를 통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데, 공기 누출이 소량이거나 재발가능성이 낮을 땐 산소 치료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공기 누출이 약 30% 이상이면 흉관 삽입술을 진행하며, 폐의 팽창이 완료되고 공기 누출이 자발적으로 멈출 때까지 3~5일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산소치료나 흉관 삽입술을 받은 환자의 기흉 재발률은 30% 정도입니다.
반면, 기흉 재발 환자(30%)에게서 3차 기흉이 발생할 확률은 80~90%로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자주 터지는 기포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재발환자가 아니더라도 흉관 삽입술을 시행하고 5일 이상 공기 누출이 지속되는 경우, 기흉과 혈흉이 동반되는 경우, 양쪽 폐에 동시 기흉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환자들에게는 주로 흉강경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때 재발률은 5% 정도로 낮아집니다.
■기흉의 예방법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차성 기흉은 정확한 원인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는 음식, 약 등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일차성 기흉 환자가 흡연을 지속하면 기흉 재발 위험성이 50%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금연이 필요합니다.
또 정기적으로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한다고 기흉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흉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흉부외과 전문의의 진단 및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이범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