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회 ‘국적법 개정안’통과$ 10월1일부터 시행
정당한 사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신고기한 연장
“법무장관이 허가해야”여전히 제한적$근본해결책 안돼 비판도
미국 등 해외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의 한국 국적포기 신고 기한이 제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기한에 관계없이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한국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고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한해 한국 국적포기 신고 기한을 제한적으로 연장해주는 국적법 개정안을 재적 의원 257명 중 찬성 254명, 기권 3명으로 처리했다.
국접법 개정안은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개정안 입법은 2020년 헌법재판소가 국적법 일부 조항에 ‘불합치’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법안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라고 하더라도 만 18세가 된 후 3개월 안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을 위해 국적 포기를 제한했다. 당시 헌재는 2022년 9월 30일까지 대체 입법을 조건으로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개정안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한국 국적포기 신고 기한을 연장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국적 선택 기간을 놓치면 한국에 들어가 입대하거나 병역 의무가 해소되는 만 38세까지 20년 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됐다. 국적을 포기하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국적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는 복수국적으로 인해 외국에서 직업 선택에 제한이나 불이익이 있는 경우가 포함됐다.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미국 등 외국에서 출생해 계속해서 외국에 주된 생활 근거를 두고 있거나 ▶한국에서 출생했더라도 6세 미만일 때 외국으로 이주한 경우로 명시했다.
그동안 뉴욕한인회 등에서는 연방공무원 임용, 미군 입대, 미군 사관학교 입학 등의 과정에서 복수국적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도 기한을 놓치면 20년 동안 국적 포기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다만 이 같은 국적포기 기한 연장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이 국적포기 허가를 신청하면 법무부 장관이 예외적으로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국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구제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다. 또 법무부 장관에게는 한국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에 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적 포기 허가를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진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국적법 조항에 발목이 잡혀 피해를 보는 한인 2세들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한인 2세들의 경우 공직 진출을 위한 인터뷰나 신원조회서에 복수국적자인지 여부를 당장 표시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많은데 피해 해당자들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구제해주겠다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포괄적인 문제 해결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 호적에 올라가 있고 해외에서 오래 거주했을 경우 언제든 간단한 절차를 통해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추가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문제 조항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던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 국회는 국적법을 개정하기 전에 입법 토론회를 개최해 재외동포의 현실 파악과 해외 전문가 의견, 그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