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렬 감독, 다큐 이례적 흥행 이후 13년 만에 극영화
늙은 소와 농부의 이야기를 담은 '워낭소리'로 2009년 2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거뒀던 이충렬 감독이 13년 만에 극영화 '매미소리'로 돌아왔다.
전라남도 진도 지역의 상여 놀이인 국가무형문화재 진도 다시래기를 소재로 삼은 영화는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2년 만에 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이 감독은 7일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10년 넘게 공을 들였음에도 많이 부족하고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문예영화로 작정하고 만들었다. 이런 장르의 영화도 간혹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워낭소리' 이후 뇌종양 판정을 받으면서 '매미소리' 제작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는 "바로 선보였어야 하는데 우여곡절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올해서야 겨우 개봉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영화는 초상집을 찾아다니는 다시래기꾼 아버지(이양희 분)와 매미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자가 된 딸(주보비)이 20년 만에 재회하며 서로의 깊은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다큐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다음 영화가 '매미소리'라고 하니까 또 다큐 아닌가 하더라"며 "개인적인 가족사도 있고, 가족 간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해 보고 싶어서 극 영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중 진도의 장례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처음 접했던 다시래기를 소재로 접목했다.
1990년대 중후반 다큐멘터리 작업 당시 씻김굿을 하던 송순단 명인을 처음 만났고, 송 명인의 딸인 가수 송가인은 이번 영화에 특별출연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송가인은 "진도에는 다큐멘터리 촬영만 왔었는데 영화를 촬영하러 온다고 하셔서 너무 반가웠다"며 "감독님의 전작인 '워낭소리'를 감명 깊게 봤고, 진도 홍보대사로서 출연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송가인은 "진도에서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다시래기를 많이 봤고, 대학 때는 선생님들을 모셔서 다시래기를 배우고 직접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며 "'매미소리'야 말로 진짜 한국의 연희극"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송가인은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어색하고 짧은 대사도 못 외우겠더라. 앞으로 연기는 못할 것 같아 노래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이 감독은 "두 테이크 만에 끝냈고, 편집도 안 됐다. 연기하셔도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2월 24일 개봉. 상영시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