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거리를 걷다 보면 팔 또는 다리를 잃고 의수 또는 의족을 찬 이웃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팔다리 중 일부를 잃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이들 상당수가 겪는 힘든 과정이 있다. 바로 ‘환상지통(Phantom limb painㆍ 幻想肢痛)’이다.
환상지통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팔다리에서 느끼는 통증이나 이상 감각을 의미한다. 사지 중 일부의 절단 이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무릎 아래 절단으로 발을 잃었지만 없어진 발에 통증을 느끼는 식이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손사래를 칠 수 있지만, 실제 절단 수술 이후 많은 분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많게는 80%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환상지통은 16세기 프랑스 의사 앙브루아즈 파레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때 의사인 사일러스 미첼이 현재의 환상지통으로 이름 붙였다.
환상지통은 코, 눈, 가슴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팔과 다리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증상은 타는 듯한 통증(작열감),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 칼로 베는 듯한 통증, 꽉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절단 환자의 50% 정도는 절단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몇 년이 지난 후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증상 발생 후 시간이 흐르면서 호전될 때가 많지만 수년간 지속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환상지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숨기며 사는 게 보통이었다. 없어진 팔다리에 통증이 있다고 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환상지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상지통은 증상 발생 초기,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환상지통이 발생하는 의학적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절단 후 발생하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이상 변화를 메커니즘으로 하는 복잡한 증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환상지통은 절단 전 통증이 있었던 팔다리에서 잘 발생한다.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증상 발현의 차이는 없다. 스트레스ㆍ우울감ㆍ불안감 같은 감정적인 요소와 흡연ㆍ과음ㆍ차가운 환경에 노출 시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치료는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가 있다. 약물적 치료는 환상지통 원인으로 생각되는 중추신경계 또는 말초신경계를 대상으로 하는 항우울제, 항경련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다.
비약물적 치료는 거울을 이용한 재활 치료(시각 훈련), 전기 자극 치료, 반복적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 침 치료 등이 있다. 약물 치료와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환상지통은 스트레스ㆍ우울감ㆍ불안감 등 감정적인 문제로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의료진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팔다리 절단 후 의족 혹은 의수 등 보조기를 착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적절하지 않은 보조기를 착용하면 환상지통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자신이 상태에 맞는 보조기를 적절히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절단지의 근력 강화도 통증 호전에 도움이 된다. 꾸준하고 적절한 근력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증상을 의료진에게 조기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적절한 치료를 즉시 받도록 한다. 또 환상지통은 다양한 증상 악화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요인을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듯 환상지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통해 팔다리 손실에 따른 삶의 질 저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