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LA 다운타운에 소유하고 있는 미 서부 최고층 빌딩 ‘윌셔 그랜드 센터’의 매각에 나선다.
윌셔 그랜드 센터 관련 약 9억 달러(1조 원)에 달하는 차입금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한항공이 이를 충당하기 위한 리파이낸싱(재융자) 작업을 중단하고 건물 자체를 매각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매일경제가 한국 재계와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인용해 31일 보도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의 자산가치는 약 10억 달러(1조2,000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40%인 약 4억 달러(4,900억원)이 담보대출이다. 대한항공은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리파이낸싱을 추진했었다. 한국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약 7억 달러(8,400억원)을 조달한 뒤 담보대출을 갚고 남은 약 3억 달러(3,5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대한항공의 윌셔 그랜드 센터의 매각 추진 배경에는 ▲조현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이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경영권 분쟁 ▲오피스 임대 부진에 따른 수익 확보 어려움 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호텔 및 사무실 임대 타격 등이 겹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주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조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진그룹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해서도 대대적인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현태 회장 체제에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9,900억원에 매각키로 합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윌셔 그랜드 센터를 비롯,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과 제주 KAL 호텔, 서귀포 KAL 호텔, 서울 종로구 송현동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 알짜배기 부동산 처분계획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매각 절차가 수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대한항공은 윌셔 그랜드 센터 대주단과 일단 다음 달 만기인 담보대출(모기지)의 만기 연장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윌셔 그랜드 센터의 담보대출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 대한항공은 9월 중에는 리파이낸싱 또는 매각 등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인 한인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이 소유하고 있는 윌셔 그래드 센터는 지난 2017년 완공됐으며 지하 5층, 지상 73층 규모에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오피스 공간, 상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LA를 상징하는 LA 랜드마크 건물이다.
2009년부터 8년간 건설비로만 10억 달러가 투입됐다. 특히 윌셔 그랜드 센터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편 대한항공 미주본부 관계자는 이날 “윌셔 그랜드 센터 매각과 관련, 한국 본사에서 아직 어떤 내용이나 지침을 받은 것은 없다”며 “한국 본사에서 다양한 옵션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