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공대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공방이 벌어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 2명이 ‘구경’하러 갔다가 교내에 갇혀 밤을 새운 후 겨우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홍콩 한인사회에 따르면 30대 남성 1명, 20대 여성 1명 등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지난 17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공방이 벌어진 홍콩이공대 내에 들어갔다.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홍콩이공대에서는 최루탄과 고무탄을 마구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맞서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이들은 ‘구경’을 하러 홍콩이공대 내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홍콩이공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17일 저녁부터 홍콩 경찰이 이공대를 전면 봉쇄한 채 강도 높은 진압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날 경찰의 진입을 막고자 시위대가 폐품 등을 쌓아놓고 건물, 육교 등에 불을 지르면서 이공대 교정 곳곳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폭발음이 들렸다. 경찰은 음향 대포, 물대포 등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할 줄 몰랐던 두 관광객은 이공대 내에서 밤을 새우며 전전긍긍하다가 전날 오후 5시 무렵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해 ‘SOS’를 보냈다.
이에 홍콩 주재 총영사관은 홍콩 경찰에 연락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단순한 구경 목적으로 이공대에 들어갔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부탁했고, 결국 전날 밤 9시30분께 두 관광객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여권을 보여주면서 홍콩 이공대 밖에 경찰이 쳐놓은 폴리스 라인을 향해 걸어 나왔다. 이들은 나오면서 “나는 한국인이다(I’m Korean)”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홍콩 경찰은 두 사람을 그냥 보내줬고, 두 사람은 24시간 동안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홍콩 시위 현장은 매우 위험하니 절대 접근하면 안 된다”며 “홍콩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고, 화염병이나 최루탄 등에 다칠 수도 있으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