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고기 굽는 미군' 보고 삼성 퇴사한 셰프 "바비큐로 인간성 회복"

한국뉴스 | | 2025-08-20 10:48:33

셰프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  ‘ 샤카스 바비큐' 차영기 대표

 

'샤카스 바비큐'의 프로 바비큐어 차영기 대표.
'샤카스 바비큐'의 프로 바비큐어 차영기 대표.

 

 

'샤카스 바비큐'의 '양지 바비큐'.         <장준우 제공>
'샤카스 바비큐'의 '양지 바비큐'. <장준우 제공>

 

 

음식은 때로 단순한 끼니를 넘어선다. 어떤 음식은 함께 만들고 나눠 먹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켜켜이 쌓인다. 불판을 앞에 두고 먹는 한국의 구이 문화나 중국의 훠궈, 미국의 바비큐 등이 대표적이다. 공통점은 불이다. 태곳적 기억이 우리 몸 안에 스며든 탓일까. 불 앞에서 인간은 왠지 모르게 겸허해지고 함께 있는 이들과 자연스레 마음을 나누게 된다. 손쉽게 배달 음식을 시키고 온기 어린 집밥이 비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한 끼 식사에서 유대를 느끼고 공동체 의식을 나눈다는 건 드문 일이 됐다. 바비큐를 통해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고 나아가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이가 있다. 경기 화성시에서 '샤카스 바비큐'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차영기(61) 대표다.

그는 본명보다 ‘샤카(Shaka) 차'로 알려져 있다. 한국 바비큐 마니아라면 한 번은 만나게 되는 이름이다. 샤카라는 별명은 19세기 남아프리카 줄루족을 통일한 전설적인 군주 샤카 줄루에서 따왔다. 흥미롭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9월 24일을 ‘샤카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을 ‘브라이 데이(Braai Day)'라 부르며 공식적으로 바비큐를 즐긴다. 한국 바비큐 문화의 부흥을 꿈꾸는 그에게 이보다 적절한 이름이 또 있을까.

■태곳적 기억의 음식, 바비큐

처음부터 불 곁에서 산 사람은 아니었다. 삼성생명에서 10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다 2000년대 초 불현듯 퇴사했다. “저처럼 야생동물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조직에서 이빨을 숨기고 살아야 했어요. 10년이 넘어가니 한계가 왔죠." 

경기 평택시에서 근무할 당시 주말 오전 출근길에 본 풍경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미군들이 연립주택 뒷마당에서 버려진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남의 나라에서 저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싶었어요."

그날로 바비큐 그릴을 구해 주말마다 취미로 바비큐를 즐겼다. 그러다 회사의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보곤 진로를 바꿨다. 퇴직 후 한국호텔관광전문대를 다니며 바비큐 기초를 닦았다. 바비큐 전문 교육기관이 없던 시절, 구글로 해외 자료를 찾아 독학했다. 자신만의 바비큐 세계를 구축하던 그는 2009년 사단법인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를 설립하고,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2015년 책 ‘샤카스 바비큐 프라이머리'를 출간했다. 한국 최초의 본격 바비큐 교과서로 바비큐를 공부하는 이들의 필독서다.

차 대표가 정의하는 바비큐는 ‘원시 음식'이다. “자연 발화로 동식물이 타 죽은 것을 먹기 시작하면서 화식이 시작됐어요. 처음 화식은 혼자 먹기 위한 게 아니었죠.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기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춤추고 노래했을 겁니다." 그는 이를 ‘세비지 퓨리티(Savage Purity)', 야만의 순수라 표현한다. “저 불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먹으면 내일은 살 수 있다는 절실함과 확신, 그게 바비큐의 본질이죠."

그는 바비큐가 주는 위안을 신뢰에서 찾는다. “불 앞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며 구운 고기는 안전하죠.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다 보이니까요. 요즘처럼 배달 음식만 먹는 시대에 바비큐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회복시켜 줍니다. 동시에 불 앞에 앉아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게 하는 시간이죠." 차 대표는 이 시간을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마초 감성 쏙 뺀 K바비큐의 맛

그는 미국식 문화와 맛을 복제하는 게 아닌 한국적인 바비큐를 추구한다. 검게 그을린 바크(bark)나 과시적인 마초 감성을 경계하고 자연스러움과 섬세함을 기준으로 삼는다. 레스토랑 간판엔 ‘Barbecue'가 아닌 ‘Barbekue'라고 쓰여있다. 한국을 뜻하는 K로 일부러 바꾼 건 미국 바비큐의 '로우 앤 슬로' 방식은 차용했지만 우리만의 정체성을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샤카스 오리엔탈 베이직럽'도 차 대표가 고민한 한국적 정체성의 산물이다. 럽은 고기를 천천히 익히기 전 표면에 바르는 일종의 건식 양념이다. 어떤 럽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의 맛이 달라진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럽의 재료가 차이가 나는데 지역적 정체성을 구분 짓는 잣대이기도 하다. 샤카스 바비큐에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7가지 재료로 럽을 만든다. 소금, 설탕, 후추, 생강가루, 마늘가루, 양파가루, 고춧가루다.

온도에도 철학이 있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간접 바비큐 온도는 107도지만 그는 105도를 고집한다. “2도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시간이 누적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와요. 여러 실험을 해보니 조금 낮은 온도가 한국인의 섬세한 입맛에는 더 맞더군요." 온도가 주는 중요성은 갈빗살을 구울 때 확연히 알 수 있다. “미국식으로 갈빗살을 익히면 뼈가 훤히 드러나요. 고기가 오그라들면서 뼈가 튀어나오죠. 그러면 뼈에 붙은 부위는 말라서 딱딱해져요. 저는 조금 더 낮은 온도에서 더 천천히 구워 고기가 줄어들지 않게 합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생각하는 게 한국적인 거죠."

■바비큐를 전국민 스포츠로!

바비큐어로서의 꿈은 레스토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2009년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를 만들었을 때도 그는 단순히 바비큐 요리사에 머무르는 게 아닌 문화의 전파자이자 개척자임을 스스로 자처했다. 최종 목표는 바비큐의 스포츠화다.

 전국에서 연간 700개의 바비큐 대회가 열려요. 스포츠가 되려면 선수와 규칙, 관객이 있어야 되는데 바비큐는 모든 걸 갖추고 있어요. 무엇보다 자세한 설명이나 해설을 굳이 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프로 바비큐어를 육성해서 대회를 열고 스포츠로써의 바비큐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엔 일본의 바비큐어들과 함께 한국 최초의 스포츠바비큐 국제대회을 개최했다.

그가 꿈꾸는 바비큐의 미래는 고대 올림픽과 닮아 있다. 기원전 올림피아에서 불과 인간, 그리고 도시국가들이 평화를 약속하며 모였듯, 바비큐 대회도 불과 고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경쟁 속에서도 웃음을 나누는 축제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결국 우리는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로 돌아갈 거예요. 그때 바비큐가 그 중심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단순하고 원시적인 풍경이야말로 사람을 잇고 공동체를 되살리는 힘임을 새삼 깨닫는다.

 

경기 화성시의 '샤카스 바비큐'에서 맛볼 수 있는 '한우 토마호크 바비큐'. 		       <장준우 제공>
경기 화성시의 '샤카스 바비큐'에서 맛볼 수 있는 '한우 토마호크 바비큐'. <장준우 제공>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영화 ‘왕사남’ 관객 1,150만 돌파… ‘청령포’ 북적
영화 ‘왕사남’ 관객 1,150만 돌파… ‘청령포’ 북적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누적 관객 1,100만 명대를 돌파하면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 된 단종의 유배지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지역이

경찰 출석 이재룡 "잘못된 행동 죄송…사고는 인지 못해"
경찰 출석 이재룡 "잘못된 행동 죄송…사고는 인지 못해"

음주뺑소니 사고 나흘만 피의자 소환 조사…'술타기' 의혹 추궁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배우 이재룡(62)씨가 사고 나흘 만인 1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배우 이재룡 강남서 또 음주운전 사고…도주했다가 붙잡혀
배우 이재룡 강남서 또 음주운전 사고…도주했다가 붙잡혀

배우 이재룡[연합뉴스 자료사진] 배우 이재룡(62)이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경찰에 붙잡혔다.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이씨를 조사 중이라

윤하, 첫 리메이크 앨범…타이틀곡은 '염라'
윤하, 첫 리메이크 앨범…타이틀곡은 '염라'

신보 '써브캐릭터 원'에 4곡 수록…"원곡 존중하며 신선한 해석" 윤하 첫 리메이크 앨범 '써브캐릭터 원'[C9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수 윤하가 9일 오후 6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알리고픈 가치는 '의의'였죠"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알리고픈 가치는 '의의'였죠"

'왕과 사는 남자' 천만 목전…"'관객으로 들어가 백성으로 나온다'는 평 인상적"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왕과 사는

'왕과 사는 남자', 천만 영화 등극…역대 34번째 돌파
'왕과 사는 남자', 천만 영화 등극…역대 34번째 돌파

개봉 31일째 대기록…극장가 침체로 2년 만에 천만 작품유해진·박지훈 열연에 따뜻한 서사 호평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천만 관객 돌파[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외동포의 의미와 가치’ 교과서에

초등 6학년 도덕 과목에동포 현황·역할 등 수록 한국의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2026년부터 사용되는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국정교과서에 재외동포 관련 내용이 수록됐다고 3일 밝

한국 직장인 연봉 평균 3만3,000달러

중위연봉은 훨씬 적어 지난해 한국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4,500만원(약 33,300달러)이지만, 실제 근로자 절반은 이보다 훨씬 적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의힘

북한 억류 한국인 선교사 3명 인권상

‘제4회 메이히데 인권상’김정욱·최춘길·김국기씨 아르헨티나 시민단체 ‘라틴아메리카 개방과 발전을 위한 센터(CADAL)’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을 포함한 ‘제4회 그라시엘

BTS 5집 타이틀곡은 '스윔'…"삶의 파도에서 계속 헤엄치겠다"
BTS 5집 타이틀곡은 '스윔'…"삶의 파도에서 계속 헤엄치겠다"

RM이 타이틀곡 작사 참여…앨범에 총 14곡 수록 방탄소년단(BTS) 5집 트랙리스트[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0일 발표하는 정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