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특전사령관, 국방위 현안질의
“계엄 선포 이틀 전, 사전모의 있었다”
“수사 대비 조직적 말 맞추기”도 실토
尹과 통화, 기존 주장 뒤집고 “두 번”
‘이재명 등 정치인 14명 체포 지시’도 드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원들을 의사당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대통령의 계엄 당시 행각이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10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비상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지게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 선포 이틀 전(1일) 사전모의가 있었으며, 수사를 대비한 핵심 관련자들의 조직적 말 맞추기가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횟수가 한 번뿐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뒤집고 “두 차례”라고 번복했다. 이어 그는 오후 국회 본회의 후 속개된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내용을 전하며 ①대통령 차원의 적극적 지시 ②국회의원 14명에 대한 체포 지시 ③국회와 선관위, 민주당사 투입계획이 있었음을 실토했다.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첫 통화 내용은 특전사 병력의 위치파악이었지만, 두 번째 통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게 곽 전 사령관의 이날 증언이다.
그는 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보다 이틀 앞선 1일 계엄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1일 지시받은 내용과 관련“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 셋(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임무를 전임 국방부 장관(김용현)으로부터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은 “머릿속으로만 ‘아 정말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구상 정도만 하다가 차마 그 말을 예하 여단장들에게 하지 않았다”며 “말하게 되면 여단장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당일 투입하면서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군방첩사령부 차원의 ‘정치인 체포 후 구금’계획도 드러났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체포 후 구금 대상’으로 지시를 받은 정치인이 14명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어 “전날 방첩사 압수수색 당시 14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누구인지) 한 명 한 명을 기억하진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도와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의 명단을 공유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4명 중 최우선 신병 확보 대상은 우원식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다. 이 외에도 조국 대표, 정청래 민주당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이학영 국회부의장(민주당 의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민석 민주당 의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체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질의에서 허영 민주당의원은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발표 직후 방첩사 법무관실의 상황과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오라는 지시를 누가 내린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은 “여 사령관이 구두로 지시했다”며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시 방첩사 요원들이 과천 선관위로 이동 중인 상황에서 방첩사 요원의 서버 확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야 했던 긴박한 상황도 언급했다. 정 처장은 “5층 법무실에서 3일 오전 11시 40~50분부터 30여분 간 팀장들에게 명령을 하달하면서 토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처장은 “(영·위관급) 법무관 7명 전원이 계엄법을 포함해 각종 자료를 들고 서서 현 상황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포고령에 근거한 상부의 명령에 따라 선관위의 서버를 복사하는 것은 적법한지 △복사가 안 되면 통째로 들고 나와도 되는지 △서버를 복사 또는 확보한 경우 향후 법원에서 위법수집증거로 판단될 소지가 있는지 등이 주 논의 내용이었다. 정 처장은 “합동수사본부가 진행되지 않은 절차 전반에 대해서 다양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법적 검토를 논의한 법무관들의 ‘강력 반대’ 의견을 들은 정 처장은 선관위 현장으로 이동 중인 부대원들에게 “절대 건물에 들어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날 오전 1시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출동 병력은 부대로 복귀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평양 무인기’와 관련한 증거인멸 의혹을 짚었다. 김의원은 “누구로부터 북한 평양에 침투하는 임무를 받았느냐”고 질의했는데,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의혹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드론사령부가 주말을 이용해 컨테이너에 불을 태워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은 “불이 난 건 사실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 중으로, 아마도 감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불러 “드론사령부가 평양 무인기를 침투시킨 부대가 확실하니 증거인멸 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라”고 말했고, 박 본부장은 “적법 절차에 따라 신속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북한이 주장한 ‘남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기획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10일 밝혔다.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서버를 촬영한 계엄군이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으로 확인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로써 현재까지 불법 계엄 사태로 직무가 정지된 장성은 6명으로 늘었다. 앞서 국방부는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김대우 방첩사수사단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